[열린고용 새로운 대한민국 만든다]<2-1>'고졸채용' 활성화 위한 지상 좌담회

기업들의 고졸채용 바람이 거세다. 올해도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고졸채용이 늘고 있다. 8일 취업정보업체 '사람인'이 331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5개 업체(62%)가 "올해 고졸 출신 신입사원을 뽑겠다"고 답했다.
채용 인원도 지난해보다 "늘리겠다"(31%)는 응답이 "줄이겠다"(6%)는 의견보다 5배 이상 많았다. 기업들은 특히 고졸 신입사원을 채용하려는 이유에 대해 68%(복수응답)가 "학력보다 업무 능력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는 우리 사회에 '학력보다 실력을 중시하는 문화'가 조성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머니투데이는 실제 우리사회에 '열린 고용' 문화가 얼마나 자리 잡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고졸 취업자 세 명의 생생한 얘기를 직접 들어보는 지상 좌담회를 마련했다. 이번 좌담회는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 주관으로 서울 관악고용지청에서 진행됐다.

- 오현정 서울관악고용지청 취업지원팀장(이하 '사회자')=오늘 간담회 사회를 맡은 오현정 팀장입니다. 우리사회에 '열린 고용' 문화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 문화가 정착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또 어떤 노력이 병행돼야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번 간담회를 마련했습니다. 한분씩 자기소개와 현재 맡고 있는 업무를 소개해 주세요.
▶김학난 윌테크놀러지 품질보증팀 사원(20세)(이하 '김 사원')=2011년 2월 수원정보과학고를 졸업하고 그해 8월 입사했습니다. 품질보증팀에서 최종 출하되는 스마트폰 용 부품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제가 점검해 이상이 없는 부품들은 삼성전자 등에 납품이 됩니다.
▶서윤석 태양기술개발 화공사업부 사원(34세)(이하 '서 사원')=대학은 1998년에 졸업했습니다. 졸업 후 취업을 했는데 당시 IMF여파로 회사가 어려워져 회사를 그만뒀고, 이후 직장생활을 하다가 지난 2010년 8월 플랜트 엔지니어링 업체인 지금 회사로 옮겼습니다. 플랜트 공장 배관 설계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인천기계공고 건축과를 나왔는데 적성에도 맞고,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김지효 동양매직 R&D본부 연구원(20세)(이하 '김 연구원')=다음달 삼일공고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발명창작을 전공하고 있는데 지난해 모 방송국 채용 프로그램을 통해 동양매직에 들어갔습니다. 입사한 지 6개월 정도 됐는데, 지금 식기세척기 개발팀에서 특허 관련 업무와 상품개발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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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자=왜 대학에 안가고 고등학교 학력만으로 취업을 선택했는지,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김 사원=처음엔 대학을 가려고 2학년 때까진 대학입시 준비를 했었죠. 그런데 3학년 들어서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에 가서 또 4년간 취업을 준비해야한다는 게 부담이 됐습니다. 제가 돈을 벌어서 학교를 다녀야 할 상황이었는데, 돈 문제로 제 인생을 저당 잡히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봤습니다. 먼저 취업을 하고 대학은 나중에 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서 사원=저 역시 대학을 가고 싶었지만 김 사원과 상황이 좀 달랐습니다. 고3때 우리나라에 불어 닥친 외환위기 때문이죠. 대학 진학이 어려운 상황이라 취업을 택했습니다. 제 의지와 상관없는 선택이었는데 후회는 없습니다. 현재 야간대학을 다니고 있습니다. 다음 달 졸업과 동시에 학위를 받을 예정입니다. 이른바 '선취업 후진학'을 했는데, 간판보다 실력으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김 연구원=저는 지금 성적으로도 충분히 대학을 갈 실력이 되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취업을 선택했어요. 대학을 다니면서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들보다 빨리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대학은 나중에 공부가 꼭 하고 싶을 때 하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 사회자=지금 우리 사회에 고졸채용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 사원=저랑 같이 입사한 고졸 사원이 12명이나 됩니다. 예전보다 확실히 고졸채용이 늘어난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한때 바람으로 끝나지 않고 제도적 보완을 통해 이어나갔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저처럼 남자들은 군 문제가 심각합니다. 졸업 후 바로 취업이 됐다고 해도 바로 군대에 가야하기 때문이죠. 제대 후가 문제인데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이 해결돼야 합니다.

▶서 사원=우리 사회는 엄밀히 말하면 학벌사회, 고학력 사회입니다. 이로인해 학력인플레 문제도 심각하죠. 지금처럼 고졸채용 바람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야 문제가 해결됩니다. 또 채용으로만 끝날 게 아니라 피부로 느낄 수밖에 없는 차별이 없어져야 합니다.
▶김 연구원=학교에서도 고졸채용 바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바람이 잔잔했으면 좋겠습니다. 한번 휘몰아치고 가는 세찬 바람이라면, 그 후폭풍은 더 거셀 것 같습니다. 바람이 약하더라도, 지속적으로 불어 고졸채용 문화가 정착되길 바랍니다.
- 사회자=앞에서 지적한 바 있는데 학벌 위주의 우리 사회엔 과연 어떤 문제들이 있을까요?
▶김 사원=가장 큰 문제가 부모님들의 대학에 대한 집착이죠. 후배의 사례를 소개할게요. 그 후배의 부모님은 모두 대학을 나왔습니다. 자식에게 '무조건 대학을 나와야 한다' '대학을 안 나오면 사람구실을 못한다'며 겁을 많이 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 문제 때문에 대학은 무조건 가야하는 곳이란 인식이 생긴 것 같습니다.
▶서 사원=직장을 몇 군데 다니다보니까 학벌사회에 대한 문제를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실력은 되지만 학력이 안 돼 입사지원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또 입사를 했더라도 들어가서 차별 받는 것도 많이 봤습니다. 그러니까 다들 죽기 살기로 대학에 가는 거죠. 하지만 제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낀 건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일을 잘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실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김 연구원=저보다 먼저 취업한 학교 선배들 얘기 들어보면 회사 생활에서 학연을 무시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좋은 대학 나온 사람들끼리 동문이라고 서로 뽑아주고 밀어주고 하는 학연, 이게 바로 학벌사회의 폐해라고 생각해요. 학연에 따라 자기들끼리 좋은 자리 차지합니다.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보다 실력으로 평가받는 게 더 중요합니다.
- 사회자=이제 곧 새 정부가 출범합니다. 지금처럼 고졸채용 분위기를 확산시키려면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할까요.
▶김 사원=학생 입장에서 보면 기업들의 정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회사 이름만 보고 입사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것이죠. 정부가 기업들에게 무턱대고 고졸채용을 강요만 할 게 아니라 학생들이 그 기업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좋겠어요. 강연이나 회사탐방 등 이런 프로그램을 정부 주도로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서 사원=기업하고 학교가 연계된 교육 시스템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학교를 졸업해서 자기가 배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회사를 찾을 수 있고, 들어가서도 적응할 수 있게 될 겁니다.
▶김 연구원=회사에서도 자기 직무와 관련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힘써 줬으면 좋겠습니다. 재직자 프로그램 같은 것을 통해 지속적으로 자기 업무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 주기 바랍니다.

- 사회자=끝으로 지금 고졸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 사원=눈앞에 보이는 연봉만 보지 말고, 본인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기 바랍니다. 노력하면 누구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자기 역량을 제대로 발휘해서 실력으로 인정받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서 사원=어릴 땐 유명한 직업, 잘 알려진 기업만 보입니다. 그런데 취업을 준비해보면 꽤 괜찮은 기업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겁을 내지 마세요. 자신감을 갖고 부딪쳐보면 이길 수 있습니다. 적성을 꼭 생각하시고, 남들 시선은 절대 신경 쓰지 마세요.
▶김 연구원=저는 후배들이 고졸취업을 차선책이 아니라 최선책이라 여기고 선택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나중에 후회도 안 하고, 일을 더 열심히 할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최선을 다해 준비하세요.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