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ATM 탈피, 시장 "당국 의지에 달렸다"

글로벌ATM 탈피, 시장 "당국 의지에 달렸다"

신희은 기자
2013.01.18 10:13

[고삐풀린 환율](6. 끝) 6개월간 조정없이 내리막 '핫머니' 주의보 "개입보단 유입속도 늦춰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등했던 환율이 조정을 받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6~7개월 연속 내리 하락한 경우는 없었다. 올해 연간전망을 내놓으면서도 엔화약세, 원화강세에 주목하라고 하긴 했지만 한 달 새 연간 예상치에 도달해버려 굉장히 당황스러웠을 정도다. 시장이 원하는 수준까지 한달음에 달려와 버린 느낌이다."

국내 한 선물회사 리서치 담당자의 말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원화절상을 예측했던 시장 전문가들도 놀랄 정도로 가파르게 하락했다.

지난해 6월 1180원대이던 환율은 17일 현재, 6개월여 만에 120원 이상 밀린 1050원대 후반까지 떨어졌다. 무역·경상수지 흑자에 국가 신용등급 상승, 선진국의 양적완화 등 대내외적인 요인에 따른 하락압력이 여전히 건재해 환율이 머지않아 1050원선을 내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외환당국은 환율 변동성을 축소할 만한 실효성 있는 대응방안을 고심하고 있지만 뚜렷한 답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논란이 되는 '토빈세'도 실제로 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6일 "거시건전성 3종 세트(선물환 포지션 제도, 외환건전성 부담금,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강화를 포함해 새로운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토빈세는 정신은 유효하지만 현 상황에 맞지 않으며 실물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투기적 자본을 발라내기도 어렵다"는 고민을 내비치기도 했다.

◇"금리인하·개입보단 자금 유입속도를 늦춰야"

시장 전문가들은 당국이 환율하락 속도를 늦추고 급격한 외환 유출입을 미연에 차단할 수 있는 적극적인 대응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거시건전성 3종 세트는 실효성이 떨어지고 직접개입, 금리인하를 통한 환율하락 방어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은 "거시건전성 3종 세트는 외화자금시장에는 영향을 주지만 외환시장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외환시장과 관련이 깊은 NDF(차액결제선물환) 포지션 규제로 실질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관호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시장개입보다는 선물환 규제 등을 강화해 자본의 유입속도를 간접적으로 늦추는 방법이 바람직하다"며 "환율 자체의 수준을 미리 염두에 두고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미세조정을 통해 급격한 변화만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원화강세로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지만 기준금리를 소폭 인하하더라도 금리가 '제로' 수준인 주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환율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ATM 탈피 근본대책은 정부의 의지"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차익을 노린 해외 투기자금이 국내로 밀려들었다 일시에 대거 빠져나가는 현상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는 당국의 강력한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선물환 규제와 같은 단기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조치만으로는 '글로벌ATM(현금지급기)'이라는 오명을 벗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지난해 말부터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할 때마다 거시건전성 3종 세트나 선물환 규제를 이야기해 왔기 때문에 시장이 만성화돼 특별히 경계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환율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선 정책적인 부분과 함께 당국의 의지를 강하게 표명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태정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외환거래가 자유화돼 있는 상황에서 해외자금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없고 가장 근본적인 처방은 향후 통화가치를 안정적으로 가져간다는 시그널을 직간접적으로 강하게 제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 외국계은행 외화자금팀장은 "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은 심리적인 쏠림을 적절한 제도적 규제를 통해 관리하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국내기업의 외화대출 용도를 적극적으로 제한한다든지 하는 직접적인 수급관리 차원의 접근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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