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없는 복지' 열쇠…"새는 세금 이제 그만"]<5-1>국세청 "처벌규정 강화해야"
지난 2010년 '거액의 차명계좌 보유', '신한 사태' 등으로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이름이 최근 다시 세간에 오르내리고 있다.
추가로 차명계좌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장과 지주 회장 재직 당시 다른 사람이름으로 은행 돈을 빌리는가 하면 이를 통해 다른 자사주를 매매 하고 아들에 대한 증여세 탈루도 모두 차명계좌를 통해 이뤄졌다는 의혹이 논란을 재점화 시켰다.
이에 따라 금융 감독당국은 라 전 회장의 추가 차명계좌를 들여다보기 위해 신한금융에 확인을 요청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섰다. 하지만 검찰의 재수사나 과세당국의 세무조사가 추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검찰은 당시에도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 관련 혐의 대부분에 대해 불기소·무혐의 처분을 내린바 있다.
차명계좌는 이처럼 재벌 총수나 사회지도층이 별 처벌을 받지 않고 탈세나 범법 행위를 하는 수단으로 빈번하게 악용된다.
차명계좌는 사회지도층뿐 아니라 고소득 자영업자, 상인, 무자료 거래상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탈세 필수 '아이템'으로 뿌리내려 있다.
차명계좌가 성행하는 이유는 법망이 너무 느슨하기 때문이다.
현행 금융실명 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는 차명계좌 당사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 가공의 인물을 통한 차명계좌 개설은 처벌대상이지만 명의를 빌리거나 빌려준 차명거래자들이 합의만 했다면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
국세청은 최근 성형외과의 사무장이 매일 은행을 수시로 드나든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차명계좌를 통한 매출 누락을 의심, 세무조사를 벌이고 이를 확인했다.
공식처럼 성형외과 원장이 매출을 줄이기 위해 사무장 명의의 통장에 수익의 일부를 입금한 전형적인 차명계좌를 통한 탈세가 드러났다.
그러나 이 병원장은 밀린 세금과 이에 따른 가산세 등을 물긴 했어도 차명계좌의 재산을 '무사히' 자신 명의의 계좌로 옮겼다.
병·의원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출이 높으면 과세당국의 세무조사 표적이 될 뿐이다. 어차피 내고 또 내느니, 버티다 내는 것이 더 낫다는 인식이 높다"며 "업계에서는 차명계좌를 통한 탈세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차명계좌를 악용해 세금을 내지 않았다가 과세당국에 적발된 대부분의 탈세자들에게도 숨기려 했던 매출 분에 대한 세금과 가산세만 부담하면 된다는 인식이 이미 보편화 된 것이다. 과세당국에 적발되더라도 재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기에 안 걸리면 '장땡' 이라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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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법인뿐 아니라 고소득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현금거래를 유도한 후 친척이나 직원들 명의로 계좌를 만들어 매출을 줄이고 세금을 덜 내려는 행위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실명제법에는 차명의 땅 주인이 재산을 자신의 것으로 주장할 수도 있고 땅 소유의 입증 책임을 실제 소유자가 지도록 하고 있어서 차명으로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에 부담이 따르지만 금융계좌는 그렇지 않다"고 제도 개선 필요성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