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일부 불법 내부거래만 처벌대상..총수 처벌은 사안 위중할때만"
정부가 내놓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지나치게 기업의 목을 죄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를 밝히는 촛불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폭탄이라는 반응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황급히 법 해석에 대한 해명에 나섰지만 경제계의 두려움은 더 커지고 있다. 공정위원장 자리가 공석이이어서 조율능력이 가뜩이나 떨어진 상황에서 정치권의 입장마저 엇갈린다. 법안심사소위 통과가 녹록치 않아 보인다.
◇경제계 "다 막으면 그룹사 없애라는 거냐"
공정위와 국회 정무위원회는 17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사한다고 15일 밝혔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핵심은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적발기준 및 처벌수위다.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등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 의혹에 대한 입증을 현행 공정위에서 기업이 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규제당국이 불법 의혹을 제기하면 기업이 스스로 정당함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계서는 '인민재판'이 따로 없다는 불만이 나온다.
총수일가를 직접 겨냥한 정책도 담겼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인 계열사에서 부당 내부거래가 적발되면 명확한 증거가 없이도 총수가 관여한 것으로 간주한다(30%룰)'는 것이다. 총수에게 3년 이하의 징역도 부과된다. 총수를 건드리는데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재계는 그야말로 초비상이다.
대기업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기본적 판단기준도 달라진다. 현행 기준이 '시장의 공정질서를 해쳤는지' 여부라면 새 기준은 '경제력의 집중 여부'다. 기업의 내부거래를 통해 그룹사 내 경제력이 집중된 징후만 확인되면 불법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개정된 엄격한 처벌이 뒤따른다. 아예 내부거래를 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공정거래법 내용이 공개되면서 재계 뿐 아니라 대체로 찬성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던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용태 정무위 법안심사소위 의원(새누리당)은 "하도급법 개정안에 이어 공정거래법마저 우려스러운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며 "일감몰아주기 관련법은 거래나 협력관계를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는 기업군의 형성이유 자체를 원천 부인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법안심사소위에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15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추진 중인 경제민주화정책에 대해 "경제는 생물인데 생물은 죽이기는 쉽지만 살리는 건 어렵다"며 "기업인의 의욕을 꺾지 않도록 배려가 있어야 경제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나친 기업규제 정책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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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내부거래 원천봉쇄 해석은 오해"
법안통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던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을 둘러싼 정치권의 기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업의 내부거래 전체에 대해 엄격한 메스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라 일부 부정행위를 엄정히 가려내 처벌하려는 것이라는 해명도 내놨다.
공정위는 이날 "논의 중인 법안은 계열사 간 거래를 원칙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허용하자는 내용"이라며 "다만 계열사 간 거래 중 총수일가에게 부당한 이득이 돌아가는 부당한 내부거래만을 금지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정상적인 거래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거나 △비계열 독립기업은 얻기 어려운 특혜성 거래기회를 제공하거나 △총수일가가 회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하는 행위만이 금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 내부거래의 90%를 부정행위로 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10%만 부정행위로 간주하고 나머지 90%는 기업이 안심하고 사업할 수 있는 안전지대(safe harbor)로 설정한 것"이라며 "규제대상 범위나 입증 책임에 대한 기업의 우려는 앞으로 불식되도록 법 문안을 보다 명확하게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총수일가 형별규정에 대해서는 "관여했을 때 모두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죄질이 위중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해 공정위 고발과 법원 판단을 거쳐 형벌 부과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30% 룰에 대해서는 원안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은밀하게 이뤄지는 부당행위의 특성 상 총수일가의 지시나 유도, 관여사실을 입증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며 "다만 과잉규제라는 논란도 있는 만큼 향후 국회 논의과정에서 합리적인 결론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