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4시간 근무 4대보험되는 '정규직' 어디?

하루 4시간 근무 4대보험되는 '정규직' 어디?

이현수 기자
2013.06.13 05:40

[정규직 시간제, 대한민국의 실험-2] 경력단절女 고용 '쥬비스·아인텔레서비스'

[편집자주]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내건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4대 보험 등 각종 처우를 정규직에 준하게 제공하는 '정규직 시간제'를 말한다. 비정규직의 또다른 이름이라는 노동계의 우려는 이해가 가지만 '남성 중심의 전일제 일자리'라는 프레임을 바꾸지 않고선 일과 가정의 양립도, 고용률 70% 달성도 힘든게 현실이다. '정규직 시간제'의 현주소, 정착 가능성, 성공을 위한 조건을 짚어 본다.
이선영씨는 경력단절 12년 만에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로 직장을 구했다. 이씨는 "많은 돈을 버는 건 아니지만  정말 값지다. 아이들이 학교에 간 뒤 시간을 의미있게 보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사진= 최부석 기자
이선영씨는 경력단절 12년 만에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로 직장을 구했다. 이씨는 "많은 돈을 버는 건 아니지만 정말 값지다. 아이들이 학교에 간 뒤 시간을 의미있게 보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사진= 최부석 기자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오전이 비기 시작했어요. 일자리를 찾아봤는데 받아주는 곳이 없었죠. 예전에 일한 경력은 인정도 안 되고…. 그러다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찾았어요. 하루 4시간만 일하지만 4대 보험에도 가입된 직장입니다. 저같이 아이들을 키우는 경력단절 여성들에겐 좋은 일자리죠."(이선영·36·쥬비스 근무)

"요즘 동네에 남아 있는 아줌마를 보고 '동남아'라고 하잖아요. 일은 하고 싶지만 육아 때문에 시작하지 못하는 여성들에겐 시간제 일자리가 좋은 것 같아요. 늦게 출근하고 아이들이 오기 전에 퇴근할 수 있어 아이 키우는 엄마에겐 최고입니다."(안미영·32·아인텔레서비스 근무)

이선영씨는 초등학생 5학년, 2학년 아이를 둔 엄마다. 첫 아이 출산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둔 지 12년이 흘렀지만, 지난 2월 다이어트컨설팅업체 쥬비스 입사에 성공했다. 안미영씨는 콜센터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경력 단절 4년 만에 LG유플러스 고객상담업체인 아인텔레서비스에 취직했다. 그는 4살, 6살 아이를 기르고 있다.

경력도, 나이도, 육아도 걸렸던 이들이 다시 직장에서 일할 수 있게 된 것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덕분이다. 이씨와 안씨가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하루 4~5시간이지만 정규직 대우를 받고 있다.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즉 '정규직 시간제'가 경력단절 여성들을 일터로 이끌고 있다. 임신과 출산으로 일을 그만둔 뒤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낼 때까지 10년 이상을 집에 머물렀던 엄마들, 전일제 근무를 소화하기엔 자녀 양육을 계속 해야 하는 여성들을 사회로 나오게 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상으로는 상용근로자(전일제 근로자)가 아닌 경우는 모두 '단시간 근로자'로 구분돼 있다. 단시간 근로자 중에 '무기 계약직' 형태이고, 전일제 근로자와 시급이 같고, 근로조건도 보장되는 경우가 단순 아르바이트와 구별되는 '양질의 시간제'로 볼 수 있다.

고용노동부가 '고용률 70%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제일 공을 들인 부분도 바로 경력단절 여성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경력단절 여성은 190만명으로, 대졸 여성 고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봐도 20대까지 여성 고용률은 58.8%로 남성(57.3%)에 비해 높지만, 30대에 들어서면서 여성은 54.5%로 떨어지는 반면, 남성은 90.3%로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고용부는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정규직 시간제를 통해 2017년까지 여성 고용률을 61.9%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경제활동 참가율은 지속 상승, 경력단절 현상(M커브)은 여전 / 고용노동부 제공
↑경제활동 참가율은 지속 상승, 경력단절 현상(M커브)은 여전 / 고용노동부 제공
20대에는 남성과 비슷, 30대 이후 격차가 확대 (육아, 사회적 편견 등) / 고용노동부 제공
20대에는 남성과 비슷, 30대 이후 격차가 확대 (육아, 사회적 편견 등) / 고용노동부 제공

정규직 시간제는 쥬비스, 아인텔레서비스 같은 서비스업종에서 많이 생기고 있다. 쥬비스는 주 고객이 여성인 업무 특성상 여성 인력 충원을 위한 기반을 다져야했고, 노사발전재단의 컨설팅을 받아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해 6월 시간제 근로자 10명을 채용해 업무 피크타임에 투입하자 서비스 품질이 개선되는 효과를 봤다.

아인텔레서비스는 지난해에만 무려 61명의 시간제 근로자를 채용했다. 부산센터 직원이 600명인데, 이 중 10%를 정규직 시간제로 채용한 셈이다. LTE 통신망 개통에 따라 고객 상담이 급증하자 피크타임인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시간제 근로자를 채용했고, 업무량이 분담되면서 기존 근로자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정규직 시간제 근로자의 임금과 복지는 전일제 근로자와 동일하다. 단지 일하지 않은 시간만큼 수당을 덜 받을 뿐이다. 아인텔레서비스의 시간당 급여는 7000원인데, 단순시급으로 계산하면 오히려 시간제가 전일제에 비해 30% 정도 더 높다. 식대와 근무시간에 비례한 인센티브 등을 따지면 전일제 근무자와 시간당 임금이 같아지는 것.

물론 그만큼 회사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아인텔레서비스 관계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이라 이후 시간엔 책상이 빈다. 채용은 무기 계약직이지만 정부 지원금은 1년밖에 나오지 않아 그 이후에는 온전히 회사가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정부 지원 기간을 내년부터 2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며 "4대보험 가입, 경력단절 여성의 직장 적응 등에 따른 기업의 추가적인 비용이 들지만, 여성근로자가 핵심인력인 사업장들은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시간제 일자리를 유지하려 한다"고 말했다. '정규직 시간제'로 인해 근로자 확보와 유지가 훨씬 수월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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