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엔 국제석유거래소 설립

전남 여수시 낙포동 동쪽 끝. 취재진을 태운 버스가 거대한 석유 탱크 터미널을 향해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오일허브코리아여수(OKYC)의 278㎡규모 터미널엔 알루미늄 돔 루프가 씌워진 원유탱크 36기가 우뚝 서 있다. 36기의 저장용량은 총 820만 배럴로, 원유, 벙커유, 휘발유, 등유, 항공유 등을 담는다. 가장 큰 원유탱크는 지름이 70m, 높이가 24m에 달한다.
국내 최대 상업용 석유저장터미널인 OKYC는 정부가 지난 2008년 제1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에 반영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야심작이다. 석유저장 및 중개, 유통을 망라한 국제수준의 종합물류기지를 세우기 위해 지난 2011년 자본금 1310억원으로 합작투자법인 OKYC가 설립됐다.
26개월의 공사기간을 거쳐 상업운영이 시작된 것은 지난 3월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사업비는 5199억원이며, 한국석유공사가 29%의 지분을 갖고 있다. 2대주주인 차이나에비에이션오일(China Aviation Oil)은 26%를, GS칼텍스, SK에너지, 삼성물산, 서울라인, LG인터내셔널 등 5개 주주가 5~11%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동북아 오일허브' 생산유발효과 4조4600억원
버스가 원유탱크 지역을 나와 터미널 끝으로 내달리자 항만과 함께 총 길이 1700m에 달하는 부두가 나타났다. 이곳 부두는 20만톤의 대형 유조선 4대를 동시에 접안할 수 있다. 원유탱크지역과 부두를 5km에 달하는 색색깔의 송유관이 연결하고 있었다. 원유를 이송하는 파이프는 지름이 1m에 달했다.

OKYC 원유탱크 36기의 현재 가동률은 80%로, 이용고객은 석유공사와 GS칼텍스, SK에너지, 싱가폴 트레이더인 M사 등 4곳이다. OKYC는 올해까지 원유탱크 가동률을 10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정부는 OKYC가 수 조에 달하는 생산유발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지난 2009년 타당성 조사결과에 따르면, 오일허브사업의 생산유발효과는 4조4647억원, 임금유발효과는 6059억원, 고용유발효과는 약 2만2000명으로 조사됐다. 과거 중동에서 원유를 도입하는데 3주가 걸린 데 비해, OKYC가 생기면서 기간이 5일로 단축된 것도 큰 소득이다. 정부는 여수 외 울산 지역에도 제품유 990만 배럴을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을 짓고 있다.
정부는 오일허브가 성공적으로 구축되면 석유 물류뿐만 아니라 석유거래소 설립을 통해 국제 금융거래와 각종 파생상품 거래가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석유 물류와 금융이 융합된 새로운 산업의 창출도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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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4일 열린 OKYC 준공식에서 "우리나라를 미국, 유럽, 싱가포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4대 오일허브로 육성하겠다"며 "규제완화 등을 통해 가동률을 높이고, 2017년 상반기 중 국제석유거래소를 개설해 우리나라를 동북아 석유거래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경쟁상대 싱가포르…中·日 끌어와야
OKYC가 넘어야 할 경쟁상대는 싱가포르 오일허브다. 세계 3대 허브 중 하나로 꼽히는 싱가포르 오일허브는 5000만 배럴에 달하는 캐파를 바탕으로 중국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석유 물류의 중개역할을 하고 있다.

선점효과로 인해 싱가포르 오일허브를 이용하는 유조선을 끌어들이는 것은 쉽지 않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 동북아 쪽 석유물류에 대해서는 여수가 지리적 이점이 있다고 OKYC는 판단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을 바탕으로 러시아, 캐나다, 미국쪽 물동량의 전초기지가 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중국은 자체적으로도 석유 저장시설을 짓고 있지만,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OKYC의 820만 배럴정도는 충분히 소화할 것이란 계산이다.
백문현 OKYC 대표는 "가동률 40%가 손익분기점인데 현재 주주들만으로 60%가 가동되고 있다"며 "중국은 기본적으로 저장시설이 부족하고, 일본은 지진과 원자력 문제로 경유수요가 많아 저장료를 내고 한국 허브를 이용하겠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