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여기 우리 편이 한 명 있네요."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9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기재부 관료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한 기재부 국장이 "시골 출신이라 농심(農心)을 잘 안다"고 하자 반색하며 이렇게 말한 것이다.
이 장관의 말을 들은 부총리는 "여기 나온 기재부 직원 모두가 농축산부와 한 편입니다"라고 화답했다.
오가는 국무위원들의 농담에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다. 하지만 이 장관의 농담에 뼈가 있음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기재부엔 '우리(농축산부) 편'이 없다는 것이다.
부총리의 화답도 역시 덕담일 뿐이다. 기재부가 스스로 누구의 편이라 여길 리가 없다. 예산을 틀어쥐고 3부를 포함해 정부 전체에 'No'를 외치는 기재부는 편이 필요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이다.
이날 국장급 이상 간담회는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자며 부총리가 주선했다. 점심식사까지 함께 했다. 타 부처 장관이 기재부 장관을 방문해 의견을 조율한 적은 있지만 관료들이 배석한 간담회는 전례가 없다. 그것도 모든 부처가 예민할 대로 예민한 예산시즌이다. 그래서 이날 간담회에 전 부처의 이목이 쏠렸다.
기재부와 조율할 문제는 모든 부처에 산적해 있다. 농림부를 먼저 만난 것도 급한 불을 먼저 끄자는 의도로 읽힌다. 당장 쌀 관세화(완전개방) 문제가 내년으로 다가왔고 한·중 FTA(자유무역협정)를 놓고 농민시위가 날로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서가 밀린 부처들은 속이 탄다. 취득세 인하 등 조율할 사안이 산더미인 국토부나 각종 예산이 얽히고설킨 산업부는 "도대체 우린 언제 만나주느냐"며 분통을 터트린다. 예산을 등 모든 얼개를 새로 짜야 하는 미래부나 해수부도 답답하다.
현 부총리는 "다른 부처와도 간담회를 가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다 만나기엔 기재부가 너무 바쁘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장 추석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에 예산까지 겹쳐 연내에는 추가 일정을 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제 겨우 9월인데 그렇다.
세법개정 논란으로 기가 죽긴 했지만 기재부는 역시 '공무원의 갑'이다. 한정된 예산으로 을들의 살림을 돌봐야 하는 갑의 고충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을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바쁘다는 '핑계'만 반복한다면 다른 부처들의 "큰형님" 소리에 존경이 담기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