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천 전 예술인복지재단 대표 심경 토로…문체부선 "중압감에 관둬" 거짓말 의혹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물러난 심재찬 전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대표의 사임 이유에 대해 '거짓말'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문체부에선 "심 전 대표가 업무 중압감을 호소하며 사의를 표시했다"고 밝혔으나, 정작 당사자인 심 대표는 "문체부의 '갑질'때문에 그만뒀다"고 반박한 것이다.
이로 인해 문화예술계에도 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사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야당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예술인복지재단은 예술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창작활동을 지원하고자 만들어진 문체부 산하 특수법인이다.
심 대표는 30일 기자와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7,8월경부터 문체부로부터 심한 압박이 오기 시작했다"며 "이에 고심하다가 지난 9월 추석 다음다음날 문체부 예술정책과장을 찾아가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1977년 극단 고향에 입단한 이후 극단을 운영하며 오랫동안 연극연출가로 활동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과 초대 사무처장을 역임했으며, 국립극단 사무국장도 거치는 등 풍부한 예술행정 경험을 가진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심 대표에 따르면 예술정책과장은 당시 사의 표명에 "대표님은 연극계의 대부 격인데 (취임한 지) 10개 여월 만에 관두면 압력으로 그만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했다. 당시 심 대표의 임기는 3년 중 2년 이상 남아 있었다.
이에 심 대표가 "내가 업무의 중압감 때문에 관둔 것으로 하면 되지 않느냐"면서 사표 수리를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별다른 답이 없었다. 이후 문체부는 국정감사가 끝난 바로 직후인 지난 17일자로 심 대표의 사표를 수리했다.
이 같은 심 대표의 사임 사실은 지난 25일 머니투데이의 취재로 비로소 알려졌다. 당시 문체부 고위관계자는 사임 사유를 묻는 질문에 "재단이 출범 초기라 조직운영이 미숙한데다 심 대표가 업무적인 중압감을 느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심 대표는 이에 대해 "그건 바로 내가 명분으로 제시해준 것"이라며 "공공기관장이 관두겠다면 그냥 사표수리를 해주면 될 일인데 왜 그 이후에도 계속 직원들을 압박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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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대표로서 직원이 권고사직을 당하는 등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심한 무력감을 느꼈다"며 "아마도 오점을 남겨 사퇴 명분으로 삼으려고 한 게 아닌가 싶다"고도 했다.
인터넷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녹취음성 파일 공개를 통해 "문체부 예술정책과장이 심 대표와 재단 직원들을 불러 말을 듣지 않으면 '찍어서 자르겠다'고 수 차례 위협을 가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문체부는 "지도감독 차원에서 필요한 자료를 요구하면서 유관단체 직원을 대하는데 있어 부적절한 언행이 확인됐다"며 바로 예술정책과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심 대표는 '재단 운영이 방만하고 허술했다'는 문체부 측의 입장에 대해 "직원 단 8명으로 어떻게 방만하게 운영할 수 있느냐"며 "예산 144억원을 집행하는데 자율성은 하나도 없이 (문체부가) 하라는 대로 했다"고 반박했다. 따라서 "재단이 허술하고 방만했다고 한다면 그들(문체부를 지칭)이 허술하고 방만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해선 "연극 하던 사람이니 연극 계속 하면 된다. 설마 이것까지 못하게 하겠느냐"며 "공직에는 추호의 미련도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말 말하고 싶은 것은 사람을 막 대해도 된다는 태도는 버렸으면 좋겠다. 그런 경우는 없다"고 강조했다.
야당 관계자는 이번 심 대표의 사임에 대해 "문화예술 분야 공공기관에도 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사를 심으려는 움직임이 시작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한편으론 문화융성이라는 국정기조에 맞춰 예술인의 요구가 많아지면서 정부가 부담을 느껴 예술인 출신 재단 대표를 밀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