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
30대 그룹 사장단을 만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변으로 기자들이 몰려 들었다. 기자들의 관심은 30대 그룹 얘기보다 공공기관 개혁 방향에 쏠려 있었다. 공기업 경영개선 방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윤 장관은 "산업부 산하 에너지 공기업들의 경영 정상화 방안에 대해 프로젝트별로 꼼꼼히 검토해 봤다"며 "이달 26일쯤 얼마나 보완했는지 다시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가장 궁금해했던 공기업 사장들의 '사표'에 대해선 손사래를 쳤다. 지난 10일 '퇴짜'를 놨던 에너지 공기업들에 대해 재시험을 보겠다는 얘기지 옷을 벗기겠단 얘기는 아니라는 것. 공기업별로 꼼꼼하게 챙겼다는 윤 장관의 말에선 "이번에 공기업 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란 결연한 의지도 엿보였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산업부 뿐만 아니라 국토교통부 등 다른 부처들도 공공기관 경영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심지어 준정부기관인 탓에 사업 예산도 없고 재정이 열악한 기관들이 많은 고용노동부도 이날 오후 방하남 장관이 기관장들을 소집, 경영개선을 주문했다.
하지만 일부 공기업 사장 등 공공기관 직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온도차가 느껴진다. "그동안 수십차례의 내부 회의를 거쳐 줄일거 줄이고 없앨것을 없애겠다고 했는데 도대체 뭘 더이상 줄이냐"고 하소연 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부 정책 때문에 빚이 생겼는데 어떻게 하루 아침에 그 빚을 없앨 자구책을 만드냐"는 반발도 있다.
한 공공기관 고위관계자는 "정부에서 시키는대로 조정할 것 모두 조정했고, 직원들이 정말 뼈를 깎는 자구책도 내놨는데 아직도 부족하다는 말만 한다"며 "산하기관 군기잡기식 지시인지, 아니면 사장보고 사표를 쓰고 나가란 얘긴지 정말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공공기관 경영개선 얘기가 나올때부터 정부 각 산하 공기업에선 사장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특히 전 정부에서 임명된 사장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에선, 분명 후폭풍이 몰아 칠 거란 짐작도 있었다. 그동안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때마다 공공기관장들이 교체되는 과정을 지켜보면 그랬다는거다.
공공기관 개혁은 특정인의 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한 사정작업이 아니라 혈세 낭비 를 막아 국민 삶의 질을 높여주기 위해 이뤄져야한다. 그렇지 않다면 "파티는 끝났다"는 정부의 말은 위에서 낙하산을 매고 있는 사람들에겐 '다음 파티'의 시작 신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