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5년차가 연봉 1억, 10년차보다 많이 받는다?

입사 5년차가 연봉 1억, 10년차보다 많이 받는다?

세종=정진우 기자
2014.03.22 07:10

[정책클릭]정부 발표 '합리적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은?

정부가 19일 발표한 '합리적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은 한마디로 연공서열 대신 성과와 직무 중심으로 임금을 정하고, '기본급 + 각종 수당'과 같이 복잡하게 이뤄진 임금체계를 단순하게 만들자는 겁니다. 정부는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의 임금체계가 기본급 등 정액급여 비중이 낮은 대신 각종 수당과 상여금 등 특별급여와 장시간 근로에 따른 초과급여 비중이 높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임금은 보통 학력이나 근속기간에 따라 달라집니다. 학력이 높거나 오래 근무하면 성과와 관계없이 해가 늘수록 많은 월급을 받습니다. 이를 연공급(호봉제)이라고 하는데, 앞서 언급한 복잡한 임금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정확한 시기는 모르겠지만 고용노동부는 1960년대부터 60여 년간 유지됐다고 설명합니다. 정부는 왜 이게 문제라고 보는 걸까요?

현행 임금체계가 시대에 맞지 않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임금체계는 근속에 따른 임금격차가 너무 큰 게 사실입니다. 고용부에 따르면 생산직 근로자 기준으로 신규 입사자 대비 30년 경력자의 임금은 3.3배나 많습니다. 독일(1.97배), 프랑스(1.34배) 등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격차가 너무 큽니다.

문제는 이 격차가 정년이 늘면서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기업이 이런 부담을 안고 중장년층을 계속 끌어안을 수 있을까요. 청년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기존 인력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인력을 더 뽑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죠. 청년을 채용해도 호봉제 임금체계에선 인건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채용을 주저하게 됩니다.

또 통상임금 범위에 대한 논란으로 복잡한 수당 체계의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임금체계 단순화는 고용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습니다. 고용부가 이번 매뉴얼에 제시한 개편안이 △기본급 중심의 임금 구성항목 단순화 △연공급(호봉제) 대신 직무급·직능급 등 도입 △성과와 연동된 상여금 또는 성과급 비중 확대 등으로 이뤄진 것도 이때문이다.

고용부는 이처럼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연공급제를 대신해 직무급·직능급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합니다. 직무급이란 개별 직무의 상대적 가치에 따라 직무 등급을 도출하고 직무 등급에 따라 기본급을 결정하는 임금체계를 말합니다. 직무를 단위로 인사와 처우를 결정하기 때문에 고용차별 문제가 없고, 직무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죠. 또 직능급은 일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 혹은 역량을 평가해 보상을 결정하는 것을 뜻합니다. 개인의 능력 수준을 평가한 성적에 따라 차등적으로 임금을 인상하기 때문에 직무수행 능력의 향상을 촉진, 개인 간 경쟁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고용부는 이번 매뉴얼에 따라 임금체계가 바뀌면 근로자들이 더 오래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총 근로기간이 연장돼 생애 전체에 걸친 임금소득 총액이 늘어난다고 전망합니다. 기업 역시 숙련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면서 신규 인력을 채용할 여력이 생기고 근로자에게 동기를 부여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박화진 고용부 노사협력정책국장은 "연공급제는 60세 정년제와 고령화 추세에 맞지 않는 한계를 안고 있다"며 "기업에선 연공급에 따른 인건비 증가를 우려해 청년들의 신규 채용을 주저하고, 정규직으로 채용할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우는 등 부정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용부의 이번 매뉴얼에 대해 재계와 노동계는 상이한 입장을 내놨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임금체계 개편은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노사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할 사안"이라며 "정부가 그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민주노총은 "성과급형 저임금체계로 바꾸려는 시도"라고 했고, 한국노총은 "고령자 임금을 깎는 편향적 내용이다"는 내용의 논평을 냈습니다.

양측 입장이 판이하게 다르고 노동계에서 거세게 논란이 일자 고용부는 "임금체계는 기본적으로 개별 기업 단위에서 노사간 협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사항"이라며 이번 매뉴얼은 단순히 참고용 '안내서'라고 진화에 나섰습니다.

고용부의 설명처럼 이번 매뉴얼대로 우리 기업들의 임금체계가 바뀌게 될 진 앞으로 지켜볼 일입니다. 기업들의 임금체계란 건 결국 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노사간 충분한 협의를 통해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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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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