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전자원 불법사용 과태료 200만원 '솜방망이'

[단독]유전자원 불법사용 과태료 200만원 '솜방망이'

세종=유영호 기자
2014.04.17 15:26

나고야의정서 국내이행법 벌칙 완화… "정부가 국내 유전자원 무단 사용 용인"

우리나라 고유의 동·식물 등 생물유전자원을 무단 사용한 외국인이나 외국기업에게 물릴 제재가 과태료 200만원으로 확정됐다. 사용중지 등 별도의 행정처분은 내려지지 않는다. '솜방망이' 처벌 도입으로 미래 국부창출의 원천으로 평가받는 생물유전자원의 해외 무단 사용을 정부가 사실상 용인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10일 정부에 따르면 환경부는 입법절차를 진행 중인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법률'의 규제심사를 마치고 관계부처와의 협의에 들어갔다. 정부 관계자는 "환경부가 법률안을 마련해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이번 달 중으로 협의를 끝내고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로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법률'은 유엔생물다양성협약(UNCBD)의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의정서(ABS), 이른바 '나고야 의정서'의 국내이행법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 9월 나고야 의정서에 서명한 이후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부처간 불협화음으로 국내이행법을 마련하지 못했다. 9월 평창에서 열리는 UNCBD 제12차 당사국총회(COP12)를 앞두고 '나라 망신'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는 머니투데이의 보도 이후 입법 절차가 속도를 내고 있다.

[참고: [단독]'나고야 의정서' 비준 표류… '제2 원자력방호법' 되나]

하지만 문제는 입법절차가 속도전에 들어가면서 규제 내용이 크게 부실해졌다는 것이다. 나고야 의정서는 유전자원의 이용으로 얻는 이익을 유전자를 제공한 나라와 공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다국적기업 A가 우리나라 고유의 생물유전자원을 활용해 신약을 개발해 큰 수익을 얻는다면 그 중 상당부분을 우리나라에 '로열티'로 지불하는 형태다.

국내이행법은 이를 위한 생물유전자원 제공-이용 검증체계 구축과 규정 위반시 제재하는 2가지 뼈대로 이뤄져 있다.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환경부의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법률(안)에 따르면 외국인 또는 외국기업이 국내 생물유전자원을 신고 없이 무단으로 사용했을 때 이뤄지는 처분은 건당 과태료 200만원이다. 사용중지, 회수 등 별도의 처분도 내려지지 않는다.

그나마 내국인·기업의 경우에는 신고 없이 무단 사용하고 이를 외국에 불법 반출했을 때 처벌하지 않는다. 생물자원의 무분별한 해외 반출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유사한 국외반출승인제도의 벌칙 조항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이하의 벌금이라는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있으나 마나한 '솜방망이' 처벌인 셈이다.

법안의 규제 내용이 후퇴한 것은 미래창조과학부(연구 자율성 침해), 산업통상자원부(산업계 우려) 등의 반발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최소한 국외반출승인제도 수준의 제재를 도입하려고 했으나 관계 부처의 반발로 완화했다"며 "나고야 의정서 공식 발효 이후 국·내외 이행 동향을 점검해 규제 수위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와 시민·환경단체를 중심으로는 제도 초기에 규제 수준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영기 중앙대 명예교수는 "생물주권은 미래 국부창출의 원천으로 그 가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중요성을 고려해서 일정 수준 이상의 규제를 설정하고 이행동향을 점검해 필요하다면 완화하는 방식이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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