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인적 쇄신' 태풍속으로...갈등 '뿌리'는?

한국은행 '인적 쇄신' 태풍속으로...갈등 '뿌리'는?

아스타나(카자흐스탄)이현수 기자
2014.05.03 10:54

김중수 '글로벌화, 순혈주의 타파' 인사 여파...이주열 총재 '작심인사' 전망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한 달 전 이주열 총재(사진)를 새 수장으로 맞은 한국은행에 '인적 쇄신' 태풍이 현실화되고 있다. 김중수 전 총재시절 중용됐던 박원식 부총재가 물러날 의사를 굳히면서 후속 인사의 규모와 내용에 따라 한은 조직이 격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와 관련, 한은의 내부갈등은 김중수 전 총재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전 총재는 취임 초 '글로벌화'를 강조하면서, 또 다른 축으로 조직의 '인사 개혁'을 전면에 내세웠다. 오래도록 지속된 한은의 순혈주의를 타파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과정에서 행내 임원 1순위로 꼽히던 주요 국장들이 물러난다. 김 전 총재는 '연구위원'이란 자리를 새로 만들기까지 했다. 사실상 맡은 보직이 없는 자리였다. 취지야 어떻든지 간에 김 전 총재에겐 '자기 사람들'이 만들어졌고 대신 '적'이 생겼다. 내부갈등으로 조직 안정도 흔들렸다.

◇인사가 전부인 조직...정통 한은맨 이주열, 작심 인사 예고

한은은 '인사가 8할인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관료적 엘리트주의가 조직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고, 중앙은행의 업무 특성상 타 기관과의 교류도 별로 없어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 따라서 입행 이후부터 어떤 부서에서 어떤 성과를 냈는지 경력과 기록이 뚜렷이 드러나는 경향이 짙다.

30년 한은맨인 이주열 총재의 그간 발언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묻어난다. 그는 2012년 부총재 퇴임 당시 "개혁의 흐름에, 오랜 기간 힘들여 쌓아 온 과거의 평판이 외면되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며 김 전 총재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와 관련, 지난 3월 인사청문회에선 "그 당시 인사와 관련해 드린 말씀이 맞다"며 "김중수 총재가 공정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지만, 인사는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원칙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원칙이란 "조직에 몸담고 나서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기록과 평판을 반영한 결과"를 뜻한다.

사임의사를 굳힌 박원식 부총재 및 주요 임원 간부들은 김 전 총재 '인사개혁'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박부총재는 82년 입행한 '정통 한은맨'이지만, 행내 주요국으로 분류되는 조사국, 정책기획국 등에서 일한 적이 없다. 개혁을 외치는 김중수 총재 아래서 부총재의 자리에 오르면서 김총재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다.

김준일 부총재보는 김 총재의 직속후배(서울대 경제학과·한국개발연구원)로, 외부인사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내부보직을 거치지 않고 부총재보에 올라 논란이 되기도 했다.

◇"회총시위-물러날 때를 알아야"

이주열 총재가 2년 만에 한은으로 돌아오면서 전임 총재의 인사 방식에 불만을 가졌던 구성원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한은 내부 게시판에는 최근 '회총시위(懷寵尸位)'라는 고사성어가 올라왔다. 효경에 나오는 이야기로, 한마디로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 총재가 취임 이틀 만에 단행한 인사는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김 전 총재의 총애를 받았던 국실장들을 지역으로 보내거나 연구위원으로 발령냈다. 본인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준비했던 태스크포스(TF)팀원들은 대거 끌어올려 '김중수 색깔 지우기'라는 평을 받았다.

내부 분열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한 한은 관계자는 "전문성이 있어서 일을 맡은 사람을 정치적으로 몰아가는 건 옳지 않다"며 "분열이 조직에 도움이 될 게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도 "인사를 하면서 가장 우려하고 신경쓰는 대목이 '전임총재 흔적 지우기'라는 평가"라며 무엇을 해도 그렇게 생각할까봐 상당히 곤혹스럽다"고 경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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