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현 부총리 수행비서의 '100일 출근'

[기자수첩]현 부총리 수행비서의 '100일 출근'

세종=우경희 기자
2014.06.19 08:37

경제부총리의 물리적 최측근은 사무관급 수행비서다.

매일 출근길부터 부총리가 집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수행한다. 숨 돌릴 틈 없는 부총리 일정에 쉴 새가 없다. 밤낮이 없으니 기혼자라면 집에 생과부 하나 만드는 게 수행비서 자리다.

퇴임을 앞둔 현오석 부총리의 수행비서가 얼마 전 `연속 출근일수 100일' 기록을 찍었다. 부총리가 안 나왔는데 수행비서가 나왔을 리 없다. 부총리가 100일 연속 출근했다는 의미다. 주말도 휴일도 없었다.

이 수행비서는 3월께 새로 임명됐다. 전임의 과로를 배려한 교체였다. 한 기재부 직원은 "교체가 없었다면 연속 출근일수가 200일이 됐을지 300일이 됐을지 모른다"고 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후임으로 정식 임명되면 현 부총리는 기재부 생활을 정리하게 된다.

떠나는 마당이지만 여론의 평가는 박하다. 국민들은 생활고의 책임을 경제팀 수장에게 묻고 있다. 부총리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사실상의 고별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회복을 체감하지 못하는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현부총리로선 억울할 수도 있다. 현 부총리 재임기간 대부분 경제지표는 개선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진행형이지만, 고용도 개선됐다. 상반기 월 80만명 이상 취업자가 늘어난 적도 있다. 세월호 사고가 아니라면 내수도 회복됐을 공산이 높다.

관료사회 분위기를 감안하면 부총리가 쉼 없이 출근한 백일 간 기재부 차관, 실장, 국장이 집에서 놀았을 리 없다. 실국장이 나오면 과장·사무관이 나온다. 기재부에 불이 켜져 있으면 다른 부처들도 따라오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돌이켜보면 취임 후 15개월 내내 그랬다. 추가경정예산, 공약가계부, 주택시장 정상화, 투자활성화, 공공기관 정상화 등 대책이 그 과정에서 나왔다. 현상만으로 보면 현 부총리가 경제부처의 톱니바퀴를 쉴 새 없이 돌린 셈이다.

한 기재부 직원은 "현 부총리의 성실함이 위기를 위기처럼 보이지 않게 했다"고 말했다. 떠나는 부총리에게 작은 박수라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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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 the300 국회팀장 우경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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