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 조정 및 제도개선 방안' 공청회 개최

최근 정부 주도의 규제개혁 움직임에, 일부 경제단체와 면세사업자 등은 해외여행객의 휴대품 면세한도도 일종의 규제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면세한도 조정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면세한도는 18년째 400달러에 머물고 있다. 반면 국민 중 15%에 불과한 해외여행객을 위한 면세한도 조정은 조세형평성의 문제를 야기한다는 주장도 있다.
결정권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관세청 등과 함께 면세한도 조정에 얽힌 다양한 의견 수렴에 나섰다. 산업연구원은 8일 서울 강남 서울세관에서 ‘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 조정 및 제도개선 방안’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에는 기획재정부, 한국납세자연합회, 한국소비자연맹, 조세재정연구원 등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여행객 휴대품 면세제도란?
여행객 휴대품 면세제도는, 해외 여행객이 개인적인 소비를 목적으로 해외에서 구매한 상품을 휴대해 반입할 수 있는 면세한도 금액을 설정하는 제도다. 국경을 넘는 물품에는 다양한 세금 문제가 얽혀 있다. 본질적으로 물품이 ‘수입’되는 것이기 때문에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부과된다. 각각의 여행자가 개별적으로 물품을 수입하는 셈이다.
여행객들이 세금을 내지 않고 물건을 수입하면 국가는 그만큼의 세수손실을 입게 된다. 여행자들은 그만큼의 경제적 이익을 얻는다. 이밖에도 국민의 해외소비로 인한 소득유출, 외화유출 등의 영향이 있다. 현재 한국의 여행객 휴대품 기본면세한도는 400달러다. 여기에 주류 1병, 담배 1보루, 향수 60ml를 별도면세품목으로 인정하고 있다. 총면세한도는 약 900달러 수준이다.
◇“면세한도 400달러? 현실성 없다”
한국의 국민소득은 1988년 332만원에서 2013년 2870만원으로 약 8배 올랐다. 그동안 휴대품 면세한도는 439달러에서 400달러로 오히려 줄었다. 외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면세한도는 낮은 편이다. 한국보다 소득 수준이 높으면서 면세 한도가 낮은 국가는 두 국가뿐이다. 스위스와 이스라엘이다.
관세행정효율화 효과도 기대된다. 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의 상향 조정은 그동안 여행자 휴대품의 검사 및 과세 등에 투입됐던 세관행정력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최봉연 산업연 연구위원은 “휴대품을 검색하는데 썼던 인력을 마약, 밀수 등 중범죄 예방에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후생도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지난해 기준 해외여행객이 1516만명에 달하는데 면세한도 400달러는 너무 낮다는 주장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400달러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며 “국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부분에 대해선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철호 중앙일보 수석논설위원도 “2010년 해외여행객 조사 결과 73%가 면세기준을 넘는 휴대품을 반입했다”고 말했다.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 위원은 “1996년 이후 유지돼온 면세한도는 그간의 소득 수준 향상, 국민들의 해외여행 증가, 여행자들의 다양한 해외구매니즈를 반영해 조정해야 한다”며 “현재 면세한도는 선진국, 주변국보다 낮아 기본면세 한도의 현실화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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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간다고 면세? 조세형평성에 어긋나”
면세한도를 올리는 데는 조세형평성이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된다.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이 국민의 15% 정도라고 본다면 조세형평성의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재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면세로 인해 자원배분의 왜곡이 생긴다”며 “모든 재화에 대해서 동일하게 과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갑순 한국납세자연합회장도 조세형평성을 지적했다. 김 회장은 “납세자 전체의 관점에서 한 명이 적게 내면 그 부분은 누군가가 더 내야 한다“며 ”해외여행 한다는 것이 적은 세금을 내는 근거로 적절치 않다는 점에서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위화감 조성 문제도 제기됐3다. 김 회장은 “우리 사회에서 해외여행을 나갈 수 있는 계층은 아무래도 그렇지 않은 계층과 비교해볼 때 상대적으로 조세부담 능력이 높은 소득 계층”이라고 말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이상길 기획재정부 관세제도과장은 “찬성과 반대의견을 모두 수렴, 분석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