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리더의 심리와 인사원칙

[MT시평] 리더의 심리와 인사원칙

정태연 기자
2014.07.11 07:31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전세계 많은 사람의 이목이 집중된 월드컵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우리 시간으로 오는 14일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결승전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최고의 팀들은 수준 높은 기량을 선보이면서 자국민을 열광시키지만 우리 사회는 예선을 통과하지 못한 패배 원인과 그 책임에 대한 논쟁으로 뜨겁다. 그러한 논쟁의 중심에는 감독의 선수 기용에 대한 비판이 자리한다. 이와 때를 같이 해서 정치권에서도 우리의 우려를 살 만한 대형 사건이 발생했다.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두 사람이 연속해서 중도하차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던 총리가 유임되는 특이한 일이 발생했다. 이에 대통령의 인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왜 이러한 일이 발생했을까? 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리더가 어떠한 방식으로 사람을 선택하는지 그 심리적 특성을 알 필요가 있다. 리더는 흔히 두 가지 방식으로 사람을 선택한다. 하나는 그 사람의 경력이나 명성에 근거한 보수적 선택이다. 이들은 소위 검증된 사람으로, 리더들은 이들이 과거와 같은 역량을 지금도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다. 어떤 위험이나 어려움이 없이 상황이 유리하고 안정적이라고 판단할 때 리더들은 보수적 선택을 하기 쉽다. 또 다른 방법은 변화를 가져올 잠재적 능력에 기반해서 사람을 중용하는 모험적 선택이다. 현재의 상황이 매우 불리해서 기존 사람으로는 그 상황을 타개하기 어렵다고 느낄 때 리더는 이러한 유형의 사람을 선호한다.

평상시 리더들은 보통 보수적으로 사람을 선택한다. 보수적 선택이 가져올 폐해를 직접 겪기 전까지는 그러한 선택의 위험성을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검증된 사람을 쓰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큰 변화가 필요한 상황에서조차 그들은 때로 보수적 선택을 한다. 이번 월드컵 예선 1~2차전의 선수 기용이 보수적 선택의 전형적 사례다. 그것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 후 예선 3차전의 선수 기용은 적어도 감독에게는 모험적이었을 것이다. 비슷하게, 그 두 사람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것도 적어도 대통령에겐 모험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사태의 긴박성과 그에 따른 위기의식 속에 변화에 대한 요구에 부응할 필요성을 크게 느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사람들이 중도에 낙마한 것을 보면 대통령의 이번 지명이 그렇게 변화지향적인 것은 아닌 듯싶다.

요구하는 만큼의 변화에 부응할 수 있는 인물을 시행착오 없이 선택하는 것은 아마도 리더에겐 가장 어려운 과업이다. 어떤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고 때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더가 최선의 인물을 선택하려면 자신의 영역 밖에 있는 사람들을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 대부분 리더는 자신의 틀과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만 보고 선택함으로써 변화에 대한 요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 리더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과는 다른 틀과 기준 및 생각을 가진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신이 볼 수 없는 세상을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봄으로써 그 세상에 존재하는 새로운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소통이고 개방성이고 어울림이다.

평소 리더들이 말하는 원칙들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것으로, 변화를 지향하는 상황적 요구에 부합하는 것들이다. 문제는 상황이 어렵거나 불리할 때 많은 리더가 스스로 세운 원칙을 너무나 쉽게 저버린다는 것이다. 감독은 특정 선수의 선발을 위해 자신의 원칙을 거침없이 부정했고, 대통령은 사회적 변화에 대한 요구를 실천하겠다는 약속을 스스로 파기하는 식으로 총리 사태를 정리했다.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는 리더 고유의 권한일 수 있지만 그들이 밝힌 원칙은 더 이상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과의 약속이다.

리더들은 자신의 이전 약속이나 원칙이 지금 자신의 발목을 잡는 족쇄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 그들의 족쇄는 그러한 원칙이나 약속을 파기하는 행위다. 이번 사태에서 우리를 더 실망시킨 것은 초라한 월드컵 성적이나 두 총리 후보자의 낮은 자질이 아니라 이 사회의 리더들이 저지른 무원칙한 행위다. 왜냐하면 원칙은 우리들의 뜻과 바람을 담보하는 이상이고 목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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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희 기자

안녕하세요. 편집국 천상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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