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부터 기초연금제도가 시행된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매월 20만원(부부의 경우 32만원)의 기초연금이 많은 어르신이 갈망한 최소한의 소득보장을 제공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막연히 어려운 노인을 돕기 위한 것이라면 기초연금보다 다른 방법도 있다. 혹자는 노인의 70%가 아니라 매우 가난한 노인들에게만 연금을 주자고 한다. 그렇다면 기초연금 도입은 어떤 점에서 보다 정당한가?
기초연금의 가장 큰 특징은 보편성에 있다. 가난한 노인들만 연금을 받는 것도 아니고 오랫동안 보험료를 납부한 노인들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도 아니다. 대다수 노인이 전제조건 없이 일정한 수준의 연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 우리나라에 도입된 기초연금도 노인의 상당히 많은 부분인 70%가 소득과 보험료 납부와 상관없이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대다수 노인이 조건 없이 기초연금을 받는 것은 세대간 정의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정당하다. 세대간 정의는 사회 모든 세대가 자신의 노력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받을 때 실현된다. 이는 또한 한 사회가 성취한 경제적인 성과가 단지 개별 개인이나 특정 세대의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모든 세대의 사회구성원이 함께 이룩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즉 지금은 은퇴한 세대의 지난 시기의 노력 없이 현재의 경제적 부가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은퇴한 세대는 현 근로 세대의 노력으로 창출된 경제적·사회적 성과의 분배에 참여할 당연한 권리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한 가정을 단위로 생각하면 쉽게 이해된다. 아버지의 재산을 상속받아 이를 바탕으로 현재의 부를 축적한 자식은 자신의 재산에서 부모의 기여를 부정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자식은 부모를 부양할 의무를 가지게 되고, 부모는 자식에게 부양을 요구할 당연한 권리를 가지게 된다.
이런 세대간 정의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상황을 살펴보자. 통계청의 '한국의 사회동향 2013'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중 상대적 빈곤율, 즉 중위소득 이하 소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비율은 49.3%다. 이는 전체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 14%의 거의 3배에 육박한다. 또한 인구 10만명당 자살자수를 나타내는 자살률에서도 2011년 65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은 77.9로 나타났다. 이 역시 전체 자살률인 32의 2.5배에 달하는 것이었다. 이렇듯 우리나라 노인들은 다른 세대에 비해 현저히 불공정한 대접을 받는다. 자신의 노력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노인들이 자신들이 함께 이룩한 현재의 사회적인 성과의 분배에 참여할 수 있는 가장 주요한 방법은 연금제도라 할 수 있다. 지속적인 근로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실제로 2012년 우리나라 남자들의 은퇴연령은 71.1세로 멕시코의 72.3세에 이어 OECD 국가 중 은퇴연령이 가장 높다. 그러나 71세 이후 일을 하지 못하는 시기가 훨씬 길다. 이런 점에서 현재 우리나라 노인들의 열악한 상황은 연금제도가 제대로 구실하지 않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기초노령연금을 제외한 공적연금 수급자는 전체 노인의 약 35%에 불과하고 국민연금 급여의 평균도 약 30만원에 불과하다. 이 결과 우리나라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 지출은 GDP의 1%를 약간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다. 참고로 2010년 OECD 나라들은 노인 소득보장을 위해 평균적으로 GDP의 9.3% 정도를 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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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초연금제도 도입은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는 조치로 볼 수 있다. 국민연금에 전혀 가입할 수 없었거나 불충분하게 가입한 많은 노인이 최소한의 연금 급여를 당연한 권리로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 도입된 기초연금이 왜곡된 세대간 정의를 교정하기에 충분한 것은 아니다. 2014년 OECD의 한국경제 보고서가 지적하는 것처럼 20만원의 기초연금은 열악한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제한적인 효과만을 볼 뿐이다. 또한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30%의 노인도 일부를 제외하고 충분한 노후보장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점에서 새로운 기초연금은 세대간 정의의 완성이 아니라 출발점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