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윤 일병 사건과 우리의 자화상

[MT 시평] 윤 일병 사건과 우리의 자화상

정태연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2014.08.08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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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윤 일병은 우리 모두가 아는 것처럼 꽃다운 생을 그렇게 마감했다. 그는 동료 부대원의 잔혹한 광기 앞에서 끝내 스러지고 말았다. 똑같이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에게 이보다 더 가슴을 에는 일은 없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이 사회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행태 앞에서 우리 모두는 한없이 무너진다. 국방이라는 이름으로 구성원들의 헌신과 희생을 요구하면서도 그들의 목숨을 보호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는 저버리는 두 얼굴의 이 사회에 우리는 절망한다. 이 땅에 태어났다는 맹목적인 이유 때문에 일정 기간 고단한 삶을 견뎌내야 하는 우리의 젊은이들. 인간의 비인간화를 그 벼랑 끝까지 보여준 가해 병사들마저도 타고난 괴물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만든 피해자의 한 단면일 수 있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그야말로 참담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사건을 야만적인 변고라고 일갈하면서 공분하고 있다. 맞는 말이고 옳은 반응이다. 그러기에 가해 병사들은 물론이거니와 그 지휘관들도 모두 일정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책임이 그들만의 몫은 아니다. 윤 일병의 경우에서처럼,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짓밟고 유린하는 행위가 우리 사회에는 유감스럽게도 여전히 많다. 유치원 교사들의 어린 아이 폭행, 경쟁과 성취만을 최우선시하는 학교, 대기업들의 횡포가 난무하는 노동현장, 국회의사당에서 펼쳐지는 저 기막힌 이전투구들... 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우리의 자녀들, 학생들, 젊은이들이 약자에 대한 배려나 공존의 기술을 배울 수 있을까. 윤 일병 사건은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에 다름 아니다.

특히 권력을 앞세워 우리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사람들은 이번 사건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의 책임을 앞 다투어 재단하고 단죄하는 언행을 일삼되 자신들의 책임에 대한 반성이나 뉘우침은 아랑곳하지 않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이 사회의 수준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우리 사회는 여태껏 변화하지 못한 이유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무작정 변화만 외치고 시도해 왔다. 그러니 그러한 변화의 시도가 성공하면 차라리 이상한 일이다. 작금의 사태도 이전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1993년도의 서해 페리호 침몰사건의 판박이로 발생한 이번 세월호 사건이 우리 사회의 부실한 바탕을 여실히 보여주듯이.

이번 사건이 갖는 중차대함에 비견해 볼 때, 군 수뇌부를 문책하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을 대신해서 다른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히는 것만으로 세상이 크게 바뀌는 것은 아니다. 경험적인 연구에 따르면, 동양인들은 특정 개인에 대한 기대가 상대적으로 크다. 가령, 누가 대통령이 되면, 누가 장관이 되면 세상이 엄청나게 바뀔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문제는 시스템의 차원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상관의 책임을 묻는 것에도 분명한 잣대가 있어야 한다. 스스로 인지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일도 무조건 책임을 묻는다면, 당연히 그 상관은 본연이 임무보다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에만 집중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보신이 최우선인 반면, 새로운 것을 시도할 엄두는 애초에 못 낸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리더들에게 일의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심으로 책임을 물을 때 그들의 책임감이 더 높아진다. 우리 사회는 평소에 병영생활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매뉴얼을 개발이나 하고 나서 지휘관들의 책임을 따지는지 묻고 싶다. 이번 사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변할 필요가 있다. 오직 경쟁과 능력만이 잣대가 되는 사회에서는 더불어 사는 삶의 방식을 배울 수가 없다. 구한말 시대에 우리의 지식인들이 너도나도 받아들인 사회진화론의 논리가 아직도 이 사회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우리 사회는 아무쪼록 윤 일병 사건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필요가 있다. 과거의 과오로부터 지혜를 배우지 못하는 인간사회는 동물사회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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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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