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감취소, 일찍 좀 말해주지"

[기자수첩]"국감취소, 일찍 좀 말해주지"

김평화 기자
2014.08.27 18:10

피감기관 울상.. "전날 오후에야 말해주는 게 어딨나"

경제부 김평화
경제부 김평화

'국정감사 일정이 당겨졌다고 했다. 올해는 두 번 실시한다고.

국감 내실화를 위해서라는 명분이었다. 여름휴가도 가야 되는데 자료요청이 쏟아진다. 야근에 야근.. '직장인의 권리'인 휴가 찾기도 어렵다. 꾸역꾸역 준비했다. 자료집 인쇄물도 준비했다. 국감장소를 마련하기 위해 사무실도 비웠다. 신경은 날카로워졌다.

국감이 취소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1차 국감 예정일을 1주 정도 앞둔 시점. '설마' 했다. 우리 부서원들은 단체로 '멘붕'에 빠졌다. 팀장도, 과장도 몰랐다. 전날까지도. 국감을 하루 앞둔 25일 오후, '국감 취소' 통보를 받았다. 사무실 곳곳에선 장탄식이 흘러 나왔다. '국감보다 힘든 국감 준비'를 또 한 번 겪어야 하나…'(피감기관 직원의 가상 독백)

당초 1차 국정감사는 26일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예정돼 있었다. 1주일 쯤 전부터 국감이 연기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세월호 특별법' 문제로 여야가 대치하면서다. 결국 사상 첫 분리국감 실시는 뒷전으로 밀렸다.

정치권에게 피감기관들의 업무가중은 관심 밖이었다. 국회가 피감기관에 국감 연기를 통보한 것은 국감 예정일 바로 전날인 25일 오후에서였다.

국감이 예정됐던 한 공기업 직원은 "전날에서야 말해주는 것이 어딨냐"며 "국회의원들이 피감기관들을 무시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정치권은 피감기관들의 업무차질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야 간 '파워게임'에만 골몰하고 있다.

피감기관들에게 국감은 연중 최대 행사이다.

국감 준비는 기존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부담스러운 일이다. 시간적, 금전적 비용도 상당하다. 피감기관들은 '군대 갔다 오는 기분'으로 국감을 준비한다. 피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감 일정이 하루를 앞두고 연기되면서, 군대를 두 번 가는 기분을 느낄 공무원들이 많아졌다.

분리국감의 취지는 국감의 내실화다.

정쟁에 밀려 '수박겉핥기' 식으로 이뤄진 국감을 지양하겠다며 나온 복안이다. 첫 분리국감은 파행으로 귀결됐다. 오히려 예년보다도 더 부실한 국감이 예상된다. '그러면 그렇지'라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만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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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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