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자원개발, 길을 찾다-⑦]가스공사, 2016년까지 생산정 126개 확보… "기술역량 강화의 요람"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서 비행기로 북서쪽으로 두 시간을 날아 도착한 누쿠스. 아무다리야 강 삼각주가 시작되는 곳에 있는 누쿠스는 그 비옥함 때문에 '중앙아시아의 진주'로 불렸다. 하지만 1960년대 소비에트연방(소련)의 무리한 목화재배단지 개발로 물이 고갈되면서 지금은 황폐해졌다.
누쿠스에서 차를 타고 300여㎞를 달렸다. 세계에서 4번째로 큰 호수였던 아랄 해가 있던 곳이다. 남한 크기였던 아랄 해는 전체면적의 70% 이상이 말라버려 지금은 소금사막이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다. 사막 군데군데 버려진 녹슨 배들만이 과거 이곳이 호수였음을 기억하고 있었다.
도로조차 없는 사막을 간간이 보이는 키 작은 잡목을 길잡이 삼아 4시간을 달리자 모래바람 뒤로 2층짜리 조립식 건물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바로 한국가스공사가 개발하고 있는 수르길 가스전의 베이스캠프였다.
아랄 해에 위치한 수르길 가스전은 면적만 139㎢이다. 여의도 면적의 16.5배에 달한다. 부존량은 970억㎥로 우리나라가 19년간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베이스캠프에 도착하자 얼굴이 새까맣게 탄 직원이 굵은 땀방울을 닦으며 손을 내밀었다. 류의곤 상류부문 소장(가스공사 차장)이었다. "안녕하세요"라는 그의 인사를 듣는 순간 한국에서 5700㎞ 떨어진 이 소금사막이 대한민국의 경제영토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베이스캠프에서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하자 창밖으로 높이 1.5m 정도의 우물(井)형 구조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지하에 존재하는 가스를 뽑아 중앙처리시설로 보내는 생산정(well)이다. 부식 등을 막기 위해 원색의 페인트가 두껍게 칠해져 있어 '크리스마스트리'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가까이 다가서자 '쉬익쉬익'하는 바람 소리가 들렸다. 생산된 가스가 배관을 흐르고 있다는 증거다.
수르길 가스전에는 현재 25개의 생산정에서 연간 10억㎥의 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2016년까지 생산정을 101개로 늘려 생산량도 연간 30억㎥로 3배 늘릴 계획이다.
류 소장은 "이미 23개 생산정의 시추작업이 완료됐고 나머지 78개 생산정 시추도 단계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화학공장 건설 공정에 맞춰 생산정을 추가로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독자들의 PICK!

생산정 뒤로는 높이가 20m에 달하는 시추설비가 눈에 들어왔다. 시추설비는 거대한 드릴이 빠르게 회전하면서 지하에 위치한 가스를 뽑아낼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드릴 끝에 달린 시추관에서 물, 모래, 화학약품 혼합액을 고압으로 뿜어내 암석을 깨뜨리는 식이다.
한낮 기온이 섭씨 50도를 넘고, 마스크 없이는 숨쉬기도 어려운 모래바람 속에서 가스공사 교육생들이 시추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이곳으로 넘어온지 2주됐다는 이들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눈만은 열의로 가득했다.
류 소장은 "수르길 가스전은 가스공사가 주도적으로 개발하는 사실상 첫 번째 육성가스전"이라며 "육상가스전 개발과정의 A부터 Z까지를 모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공사가 단독 단독 개발·운영할 이라크 가스전 담당자들의 교육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르길 프로젝트는 수르길 가스전에서 천연가스를 생산, 직경 1m짜리 가스관으로 110㎞ 떨어진 우스튜르트에 건설 중인 대규모 가스·화학복합단지로 보내 화학제품을 생산하고 연료가스로 재판매 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만도 39억 달러, 우리 돈으로 4조1165억 원에 달한다. 가스공사(22.5%)와 롯데케미칼(24.5%), GS E&R(3%) 등 한국컨소시엄(50%)과 우즈벡국영석유가스공사(UNG·50%)가 합작으로 개발하고 있다.
자원개발(상류부문)과 화학공장 건설(하류부문)을 복합한 패키지형태의 사업으로 민관이 힘을 합친 성공적 사업모델을 발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을 비롯해 국내 중소기업 65개사 등 국내 EPC 기업의 참여를 견인했다.
특히 수르길 프로젝트는 우즈벡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이자 최초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의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수르길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자원의 보고'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확고한 기반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크로드시대의 '맹주'였던 우즈벡은 중앙아시아 5국의 한 가운데 위치, 동쪽은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 남서쪽은 투르크메니스탄, 북쪽과 북서쪽은 카자흐스탄과 국경을 접한다. 세계적인 천연가스 매장국이자, 화학 주기율표의 모든 원소를 보유하고 있는 자원부국이다. 동서 실크로드의 길목인 사마르칸트, 타슈겐트 등이 있다.
오홍용 가스공사 우즈벡지사장은 "수르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중앙아시아 지역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며 "현장에서 세계적 수준의 육상가스전 개발·운영기술 습득해 공사의 역량 강화에도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