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무것도 없는 '초등 돌봄교실'

[기자수첩]아무것도 없는 '초등 돌봄교실'

김평화 기자
2014.12.09 07:11

부족한 예산에 무리한 대상 확대, '희생양'은 아이들

낮 12시. 수업이 끝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갈 곳이 없었다. 방치된 채 시간을 보냈다. 부모들은 가슴을 졸였다. 소득이 많지 않아 남들처럼 아이들을 학원에 보낼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안전이 걱정됐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정부가 나서 대안을 찾았다. 초등 돌봄 교실 사업이다. 교육부는 올해 22만명의 초등학교 1, 2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초등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정규수업 시간 외에 ‘비는’ 시간을 정부가 책임져준다는 것이다. 애초에는 돌봄교사의 지도 아래 아이들의 소질과 재능을 계발하는 시간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이었다.

저소득층과 맞벌이 가정에선 두 손을 들고 환영했다. ‘구세주’인줄 알았다. 실상은 아니었다. 초등돌봄교실. 사실상 ‘아무것도 없는’ 경우도 많다. 일부 방과 후 교실에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전혀 없다. 돌봄교사가 아이들에게 시간을 정해주고 컴퓨터를 시키거나 도서관가서 책을 읽으라고 하는 게 전부다. 간식도 인스턴트식품이 대부분이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교육에 필요한 재료비나 체험을 위한 도구와 물품 등이 부족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무분별한 편성과 운영이 문제다. 예를 들어, 학년 당 학급 수가 하나 뿐인 시골학교에서도 1명이든 2명이든 수요자가 있으면 방과 후 교실을 운영해야 한다. 인건비와 간식비 등 소모되는 운영비에 비해 혜택을 보는 학생 수가 적은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아무런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낸다. 예산은 예산대로 나간다.

초등돌봄교실의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 초등돌봄교실 예산은 5929억원이다. 지난해 관련 예산(2918억원)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 내년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3, 4학년, 내후년에는 5, 6학년까지 대상이 확대된다. 또 올해부터는 누구에게나 무료다. 소득에 상관없이 전부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는 저소득층만 무료로 돌봄교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

중앙정부의 지원은 전무하다. 지방교육재정이 감당하고 있다. 2008년 이 사업이 지방교육자치사업으로 이양된 이후 대부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더구나 지방교육재정은 무상급식과 누리과정 확대에 따른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초등돌봄교실의 서비스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금 필요한 일은 대상 확대가 아니다.

초등돌봄교실은 단순히 아이들의 시간을 때워달라고 운영되는 사업이 아니다. 무분별한 숫자 늘리기에 안 그래도 부족한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 아이들은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

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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