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CEO 소송비용 '회사대납' 어디까지…

[단독]CEO 소송비용 '회사대납' 어디까지…

송학주 기자
2015.05.22 06:37

서종대 감정원장 횡령·배임혐의 피소‥지난해 취임발언, 감정평가사 명예훼손 고발 사건

서종대 한국감정원 원장(사진)이 한 감정평가사로부터 업무상 횡령과 배임 혐의로 고발당했다. 개인의 명예훼손 관련 소송비용을 감정원이 대납해 줬다는 게 이유다.

공공기업 기관장의 도덕성 잣대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여서 검찰의 판단이 주목된다. 감정원은 정부와 산업은행이 각각 49.4%, 30.6% 지분을 보유한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국토교통부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강원도의 S감정평가사무소 대표 A씨는 지난 18일 서 원장을 춘천지검에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A씨는 고발장에서 “지난해 6월 감정평가사들이 서 원장을 형사고소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은 서 원장 개인의 발언 때문이었다”며 “감정원이 변호인을 선임해 주거나 그 비용을 부담할 아무런 의무가 없음에도 대납해 줬다”고 지적했다.

앞서 A씨를 포함한 감정평가사 31명은 서 원장이 지난해 4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업계에 부당감정이 만연해 있다” “업계가 자정하지 않으면 전체가 망할 것이다” 등의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명예훼손과 모욕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었다.

이들은 같은 취지로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대구지검은 이에 대해 지난해 10월 불기소 처분을 했고, 이에 불복해 항고한 사건은 대구고검이 같은 해 12월 각하 결정했다.

A씨는 서 원장이 당시 소송비용을 감정원이 부담토록 한 것을 문제 삼았다. A씨는 감정원이 민·형사 소송 착수금으로 550만원(부가가치세 포함)을, 승소 사례금으로 1100만원을 각각 지급한 내역을 증거로 제출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법인이 소송 당사자가 된 사건에만 회삿돈으로 변호사 선임 비용 등을 지급할 수 있도록 제한되고 있다. 주주총회나 이사회 결의로 소송 비용을 지급했더라도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판례도 있다. A씨는 이 사건의 경우 소송 당사자가 서 원장 개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감정원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원장이 업무수행과정에서 발생한 일이고 민간 평가사들이 (감정원) 업무를 방해하기 위해 소송을 건 만큼 회사 차원에서 방어하는 게 옳다고 판단해 떳떳하게 계산서를 끊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대형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회사 대표라 하더라도 업무수행 중 법령을 위반해 형사재판을 받게 됐다면 개인적인 변호사 비용을 법인자금으로 지급하는 것은 횡령 혐의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감사담당관은 “기관장이 자신을 상대로 한 재판에서 쓰인 소송비용을 소속 기관이 대납하게 하는 것은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에 해당될 수 있다”며 “다만 공적인 자리에서 한 발언인 만큼 법인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소송으로 볼 수 있어 명확히 규정하기 애매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 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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