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이민정책' 덕분에 세계5위 수출강국 됐어요"

"열린 '이민정책' 덕분에 세계5위 수출강국 됐어요"

하세린 기자, 정진우 경제부기자
2016.03.02 05:41

['60조' 이민경제, 新성장지도 그린다]<9>-②[인터뷰]로디 엠브레흐츠 주한 네덜란드 대사

[편집자주] 우리나라가 정부 정책에 따라 2018년부터 이민자를 적극 받아들인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등 갈수록 심각해지는 인구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체류 외국인(이민자) 수는 200만명 시대를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약 4%다. 이는 GDP(국내총생산)로 환산했을 때 60조원(2015년 GDP 1600조원 기준)에 달한다. 이민자들은 이제 대한민국 경제에 없어선 안 될 구성원이다. 머니투데이는 '2016년 신년기획'을 통해 우리 사회 이민자들의 현실을 짚어보고, 경제 활성화를 위해 어떤 이민정책이 필요한지 진단해본다.

# 유럽 북서쪽에 위치한 인구 1700만명의 작은 나라 네덜란드. 국토의 2/3가 해수면보다 낮고 기후가 좋지 않은 등 열악한 환경의 나라지만, 세계 수출 5위의 무역 강대국이다. 유니레버와 필립스, 로얄더치셸 등 글로벌 혁신 기업도 많다. 영국, 독일과 함께 유럽 3대 창업 선진국으로 불린다. 네덜란드가 어려운 주변 환경을 딛고 경제 강국이 될 수 있었던 배경은 뭘까.

머니투데이 특별취재팀이 지난달 29일 서울 정동 네덜란드 대사관에서 만난 로디 엠브레흐츠(53세) 주한 네덜란드 대사가 “다양성이 네덜란드의 성장과 혁신의 원동력”이란 답을 줬다. 이민자들이 국력이 되는 ‘문호개방정책’(open door policy)이 대표적이다. 네덜란드의 이 정책은 17세기부터 자리 잡았다. 네덜란드의 ‘황금 시대’(Golden Age)로 불리는 시기다.

이때 이민자들을 받아 들이면서 넓은 시민 문화가 형성됐다. 당시 스페인의 박해를 피해 북부 네덜란드 지역으로 이주해 온 남부 벨기에인들이 네덜란드의 번영에 큰 힘이 됐다. 15만명에 달했던 이민자들이 새로운 학문과 기술, 자본을 네덜란드에 갖고 와 네덜란드의 성장을 이끌었다. 작지만 강한 나라, 유럽의 혁신 아이콘 네덜란드를 통해 우리나라 이민정책의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로디 엠브레흐츠 주한 네덜란드 대사/사진= 이동훈 기자
로디 엠브레흐츠 주한 네덜란드 대사/사진= 이동훈 기자

다음은 엠브레흐츠 대사와 일문일답.

- 네덜란드는 1700만명의 비교적 작은 나라다. 성장과 혁신의 비결이 궁금하다.

▶ 혁신은 정책에서 시작된다. 서로 연관된 산업을 잘 연결해주고, 그 산업들이 협력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정책들이 중요하다. 네덜란드 정부가 그런 정책들을 잘 만든다. 또 네덜란드 정부는 비즈니스 마인드가 훌륭하다. 때로는 좌로, 때로는 우로 치우칠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비즈니스와 교역 없이는 아무 것도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 네덜란드가 세계 5위의 수출 강국이 된 것도 같은 이유인가.

▶ 물론이다. 네덜란드는 16~17세기부터 유럽 각국으로부터 상인과 예술가, 학자들을 받아들이면서 쌓은 노하우가 많다. 당시 네덜란드는 유럽으로 향하는 관문이었다. 또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이 전쟁을 하는 동안 우리는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북유럽 국가들과 교역을 했다. 당시 신대륙이 발견되면서 새로운 교역 기회가 생겼고, 네덜란드도 세계로 나가기 시작했다. 17세기엔 매년 4000여명이 무역기회를 찾아 동남아로 이주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까지 배를 타고 가는 데 8개월이 걸리던 시절이다.

- 열린 이민정책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맞다. 네덜란드는 지금도 경제에 필요한 특정 기술이나 노하우를 습득하기 위해 미국과 인도, 한국 등에서 해외 우수 인력을 받아들이고 있다. 지식을 수출입하고 연결하는 능력이 중요한 시대다. 특히 IT(정보기술) 부문의 기술 발전에 네덜란드 정부가 집중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인구가 부족하다. 네덜란드가 세계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빨리 깨달았다. 현실을 직시해야 문제가 풀리는 것 아닌가?(웃음)

- 한국도 본격적으로 이민정책을 추진하려고 한다.

▶ 한국 역시 더 높은 수준의 개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많다고 생각한다. 지금 한국 대기업 가운데 외국인 CEO(최고경영자)가 있는 회사가 몇 개인가? 한 두개 정도일 뿐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더 글로벌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모든 나라의 발전 정도는 그 나라가 출발한 선에서 평가해야 한다. 한국은 1945년 해방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이 45달러에 불과했던 나라에서 지금 2만 달러에 이르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짧은 시간 안에 이런 성장을 이룩했다는 건 대단하다. 앞으로 한국이 이민정책을 적극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양성을 더욱 중시하고 제대로 된 이민정책을 추진하면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로디 엠브레흐츠 주한 네덜란드 대사/사진= 이동훈 기자
로디 엠브레흐츠 주한 네덜란드 대사/사진= 이동훈 기자

- 네덜란드 정부는 기업들을 어떻게 돕나.

▶ 네덜란드 정부는 기업들의 혁신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보조금을 주기도 하고, 저금리 대출을 해주기도 한다. 네덜란드만의 독특한 점을 꼽으라면 정부와 대학, 기업 간 ‘삼각 협력 관계’다. 원예와 농업, 물관리, 생명과학과 헬스, 화학, 하이테크, 에너지, 물류 등 네덜란드 경제에 핵심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부문에 정부가 나서 모든 걸 지원한다.

- 구체적인 사례를 듣고 싶다.

▶ 네덜란드는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의 농산물 수출국이다. 네덜란드는 농업을 단순노동집약 산업에서 하이테크 산업으로 발전시켰다. 이는 정부 정책과 대학, 농장을 연결하면서 혁신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네덜란드에서 지금 농장을 경영하는 것은 공장을 운영하는 것과 같다. 네덜란드에선 컴퓨터가 우유를 짜고 농부는 컴퓨터 앞에서 커피를 마신다. 식품농업 분야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푸드밸리’도 이같은 방식으로 탄생했다. 대사관 소속 경제국도 핵심 산업 영역에서 네덜란드와 한국을 잇는 역할을 한다. 네덜란드와 한국은 경제성장에 두는 가치와 가능성 측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올해 하반기에 네덜란드 스타트업 기업들을 한국으로 초대해 한국 스타트업 기업들과 협업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 한국 정부나 기업에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 한국은 지금까지 이룩한 경제성장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낄 자격이 충분하다. 하지만 앞으로 해외 우수인재를 유치하거나 이민정책을 추진하려면, 세계 무대에 나가서 한국의 성공 스토리를 알려야 한다. 아직 한국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해 12월 네덜란드에서 130여개 기업을 모아 대규모 한국 투자설명회를 열었고 큰 성공을 거뒀다. 기업들의 반응이 “한국에 이렇게 좋은 기회가 있는지 몰랐다”고 한다. 한국이 얼마나 중요한 나라인지 전 세계에 적극적으로 어필했으면 좋겠다.

☞ 로디 엠브레흐츠 주한 네덜란드 대사는 누구? =한국에 두번째 부임한 대표적인 ‘친한파’ 인사다. 네덜란드 라이덴대학에서 기업법을 전공한 엠브레흐츠 대사는 파산법과 국제조세법, 국제사업법 전문가다. 1987년 네덜란드 법무부 법제과에서 근무한 후 1987년 네덜란드 외무부에서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다. 첫 부임지였던 주이란 네덜란드 대사관에서 이등서기관(1990~1993년)을 거쳐 1993년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 상무과장으로 1997년까지 근무했다. 이때 한국인 부인을 만나 한국과의 인연이 더 깊어졌다.

이후 아랍에미리트(UAE) 부대사(1997~1998년)와 총영사(1999~2003년)를 거쳐 이라크 연합국 임시행정청(2003~2004년)에서 근무했다. 공직을 잠시 떠나 유럽 최대 정유회사 로열더치셸에서 국제업무 관련 고문(2004~2005년)으로 일하기도 했다. 이후 말레이시아 대사(2005~2009년), 네덜란드 외무부 사업운영 국장(2009~2014년)을 거쳐 2015년 2월 주한 네덜란드 대사로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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