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中처럼 무섭게 성장한 한국, 지금은 선진국형 '저성장'

20년전 中처럼 무섭게 성장한 한국, 지금은 선진국형 '저성장'

특별취재팀= 정진우, 유엄식, 정혜윤
2016.06.16 06:11

[OECD20년 대한민국, 선진국의 길]<1>-②한눈으로 보는 1996~2015년 대한민국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다. 수출 세계 6위, GDP 규모 세계 11위 등 경제규모나 지표로 보면 그렇다. 이미 20년 전 선진국 클럽으로 분류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도 가입했다. 그러나 ‘헬조선’이라는 표현이 횡행하는 시대에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영역에서 과연 선진국일까라는 물음에 우리는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는 창간 15주년을 맞이해 지난 20년간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진정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대한민국은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모색해 보기로 했다.

1996년 12월 우리나라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은 개발도상국 꼬리표를 떼고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상징적 사건이었다.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이라고 부러워했던 나라들의 이너서클에 들어간 것이었다.

당시 우리나라 1인당 GDP는 1만3077달러. 2만~3만 달러를 넘는 기존 가입국에 못 미쳤지만 인권과 각종 정치·사회제도가 발달한 덕분에 OECD에 들어갈 수 있었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은 “OECD는 단지 경제규모만 커졌다고 받아 주는 게 아니고 아니고 자본자유화 규약을 비롯해 환경제도, 사회보장제도, 법체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20년이 흘렀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는 어떻게 변했을까. ‘481조1000억원’과 ‘1558조6000억원’. 이 숫자가 최근 20년(1996~2015년)의 변화를 한 눈에 보여준다. 각각 1996년과 2015년 우리나라 경제 크기인 GDP(국내총생산)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엔 GDP 집계 사상 처음 1000조원을, 지난해엔 1500조원을 돌파해 대략 3배 이상 커졌다. 1인당 GDP도 1996년 1만3077달러에서 2015년 2만7400달러로 2배 늘며 3만 달러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우리 경제를 지탱해 온 수출도 같은 기간 1297억달러에서 5267억달러로 4배 이상 증가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다른 선진국들과 대등한 지위를 갖게 된 것이다. 홍석우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살 길은 수출밖에 없었다”며 “수출 활성화에 정부 정책의 촛점를 맞춰 노력한 결과 당시 세계 7위권의 수출 강국이 됐다”고 회고했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지난 20년간 경제 영역만 놓고 보면 분명 선진국의 대열에 서 있다. 김성태 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지난 20년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경제 영역 확대로, GDP규모는 해마다 증가했다”며 “경제 외적인 측면에선 선진국에 해당하는 규모로 키웠다”고 분석했다.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성장률은 여느 선진국처럼 ‘저성장’ 단계로 접어 들었다. 20년전만 해도 7.6%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지금의 신흥국처럼 고성장을 구가했지만 GDP가 1300조원을 넘어서면서부터 2~3%대에 머물고 있다.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성장률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사이즈가 커지면서 성장률은 둔화되는 것은 선진국들의 공통 경험이다.

물가상승률은 낮아졌다. 1996년 물가는 4.9%로 5%에 육박했지만, 지난해엔 저유가 여파로 0.7%를 기록했다. 0%대 물가는 1999년(0.8%)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었다. 출산율 감소에도 불구하고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인구는 4552만명에서 5061만명으로 증가했다. 합계출산율은 1.57명에서 1.24명으로 감소하는 등 갈수록 인구가 줄고 고령화 현상은 심화되는 길목에 서 있다.

이렇듯 경제적인 측면에서 외견상 우리는 선진국의 모습을 닮아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대한민국’을 선진국이라 말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진정한 선진국의 조건으로 경제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문화 등 다른 영역에서도 선진국이 돼야 하는데, 아직 그 수준은 아니라고 조심스레 진단한다. 압축 성장하는 과정에서 먹고 사는 문제에 치중하다보니 외형만 그럴듯 하게 보일 뿐 선진국 사회의 기본인 대화와 타협, 품격과 여유 등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한국정치를 선진국 정치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임원혁 KDI국제대학원 교수는 “사회 구성원들이 도덕성을 중시하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성숙한 사회가 돼야 한다”며 “갈등과 불만이 시위의 형태로 표출되지 않고 대의 민주주의 틀 안에서 해소하는 게 선진국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려면 경제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개조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 외적인 성장만 강조하다간 양극화 문제 등으로 사회 통합에 문제가 생기고 그 사회에 신뢰도 사라질 것이란 얘기다.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수출 위주의 경제와 제조업 치중, 일등 따라하기식 추격주의 정책 운용으로 빠른 경제 성장은 가능했다”며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생겨난 일탈과 부작용 등 국민의식과 삶의 질 차원에선 많은 사회문화적 과제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의보다 권력 투쟁이나 당리당략을 중시하는 후진적 정치 구조에서 미래지향적인 국가정책 수립을 위한 논의엔 한계가 있다”며 “정치 선진화도 우리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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