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저장고 없어 사용후핵연료 반출 불가능… 전문가 "원전해체 기반 조성 서둘러야"

한국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원전 1호기가 내년 6월 18일을 끝으로 전력 생산을 마치고 ‘원전해체’에 들어가야 한다. 영구정지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270일. 하지만 고리 원전에는 사용후핵연료 반출을 위한 임시저장소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역사적인 첫 원전해체가 시작부터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고리 원전 1호기에는 지난 6월말 기준 사용후핵연료 328다발이 보관 중이다. 원자로 안의 수조에 담겨 있는 사용후핵연료는 원전해체 작업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원자로 밖으로 옮겨진다.
하지만 고리 원전에는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임시저장소가 건설돼 있지 않다. 가장 가까운 임시저장소는 월성 원전인데 사용후핵연료의 특성상 이동이 어려울 뿐 아니라 곧 포화상태가 된다. 이대로라면 고리 1호기는 가동만 중단했을 뿐 해체를 시작했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도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범부처 합동 ‘원전해체산업육성정책방향’을 수립했고, 올 7월에는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이번 정기 국회에서는 사용후핵연료 반출 및 관리를 위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절차에 관한 법률’ 제정도 추진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자로 정지 이후 본격적인 해체 작업을 시작하기까지 약 5년의 냉각기간이 필요한 만큼 안전하고 경제적인 원전해체를 위한 기반 조성을 차질없이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원전해체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최근 부산 및 경남 지역의 지진으로 인해 국민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등 돌발악재도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원전해체 기반 조성을 서둘러 국내 원전산업의 새로운 모멘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원전 산업의 경우 원전 주요 부품의 품질과 시공 및 운영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원전해체를 포함한 후행 주기는 전혀 없는 기형적 구조다. 고리 1호기를 성공적으로 해체할 경우 원전산업 전(全) 주기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세계 원전 588기 중 영구정지 원전은 150기. 이 중 해체 완료된 원전은 단 19기에 불과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50년 원전 해체시장 규모를 1000조원으로 예측하고 있다.
독자들의 PICK!
김용수 한양대 원자력공학 교수는 “어느 한 나라가 원자력 기술을 완벽하게 가지고 있다는 것은 짓고 운영하는 것 뿐 아니라 안전하게 해체하는 것까지 포함된다”며 “특히 세계 원전해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선두주자가 없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기회요인”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유영호 김민우 이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