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전정권 정책이라도 선별적 수용해야

[우보세]전정권 정책이라도 선별적 수용해야

세종=조성훈 기자
2017.05.11 03:58

“적폐청산도 좋지만 어느 정부 정책이나 잘한 것과 못한 것이 있다. 전 정권의 정책이라고 무조건 폐기처분하지 않았으면 한다.”

한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여러 정권을 거치면서 정책입안을 해 온 입장에서 정권 교체기마다 단지 전 정권의 정책이라는 이유로 ‘버리는’ 일을 반복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였다.

새로 정권을 잡은 쪽에서는 기존 정권과 차별화를 위해 전 정권의 핵심정책은 이어받지 않는다.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건과 대통령 파면사태로 인해 박근혜정부의 정책은 그 어느 정권의 정책보다 더 사장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관료들은 전 정권 것이라 해서 모두 적폐로 치부하는 것이야말로 구시대적 사고라며 옥석을 가려 계승할 건 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한다. 전 정권의 색채를 지우려다 보니 국가적 당면과제 해결을 위한 중장기 플랜까지 묻힌 게 한 두번이 아니어서다.

대표적으로 참여정부 당시 ‘비전 2030’이 거론된다. 당시 비전 2030은 저출산 고령화와 저성장 해결을 위한 중장기 종합전략 보고서였다. 각 부처의 ‘에이스’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가 머리를 맞댄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국정동력이 떨어진 참여정부 말기에 만들어진데다 이명박정부 들어 전 정권의 산물로 간주돼 묻혀버렸다. 이후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단기적 대책으로만 일관했고 결과적으로 출산률은 악화일로였다.

이명박정부의 녹색성장이나 고졸채용 역시 호평받았지만 박근혜정부에서는 슬그머니 기억 저 편으로 사라졌다. 기후변화 대응이 글로벌 이슈로 부상하고 있지만 우리가 유치한 녹색기후기금(GCF)에 대한 관심은 미미하고 대통령직속이던 녹색성장위원회도 총리실 소속으로 격하돼 잊혀진 조직이 됐다. 한때 고졸직원 채용에 앞장섰던 은행과 기업들은 정권이 바뀌면서 돌변했다.

박근혜정부가 내세운 창조경제도 비슷한 수순이 될 운명이다. 개념이 모호하고 추진 방법이 1970년대식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름을 달리 해도 정부주도형 4차산업혁명 육성체계를 민간역량을 활용한 상향식으로 전환하고 테스트베드와 거점지원을 위해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같은 조직은 이어가야 한다는 당위성이 있지만 정작 아무도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새 정부의 국정철학에 맞춰 기존 정책의 궤도수정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념이나 정치성을 떠나 국가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면 선별해서 과감히 받아 들여야 한다.

이를테면 구조개혁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므로 지속해서 해 나가야 하고 규제프리존, 가계소득증대세제 등의 경우 일부 손질을 하더라도 접근법이나 방법론을 달리해 살려 볼 만하다.

무조건적인 전 정권 정책 지우기보다 살릴 건 살리면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게 성공한 정부로 가는 길일 수 있다.

조성훈 경제부 차장
조성훈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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