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역전의 파장]정부·한국은행, "대규모 자본 유출 가능성 낮다…시장 안정 조치 적기 시행"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1.50~1.75%로 지난해 11월부터 1.50%로 고정된 국내 기준금리보다 높아지게 됐다.
한미 금리 역전은 10년 7개월 만에 벌어진 '초유의 사건'이다. 돈은 수익률, 즉 금리가 높은 곳으로 향하기 마련이다. 대표적 안전투자처인 미국보다도 한국의 금리가 낮다면, 한국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매력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많은 이들이 입을 모아 '자본 유출'을 우려한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한미 금리가 역전돼도 "대규모 자본 유출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자본 유출입은 금리 차이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국내외 경기·물가 상황 등 경제 펀더멘털, 환율과 국제금융시장의 흐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
외환보유액이 4000억달러에 육박하고 경상수지는 20년 연속 흑자다. 이같은 양호한 대외건전성은 정책당국이 내세운 근거다. 한국물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여전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과거 두 차례의 금리역전 상황에서도 급격한 자본 유출은 없었다. 첫 번째 금리 역전기였던 1999년6월~2001년3월, 연준은 닷컴 버블로 과열된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1999년 5월부터 2000년 6월까지 기준금리를 연 4.75%에서 6.5%까지 끌어올렸다. 한은이 2000년 2월 5.0%로 금리를 높이며 대응했지만 약 22개월 간 금리 역전 상태가 이어졌다.
2005년 8월~2007년 9월 2차 역전기는 연준이 닷컴 버블 붕괴로 2013년 6월 기준 1.00%까지 낮췄던 금리를 다시 되돌리면서 발생했다. 연준은 2004년 6월부터 2년간 무려 4.25%포인트를 인상했다. 이 과정에서 2005년 8월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졌고 25개월 간 지속됐다. 금리 차는 한때 1.00%포인트에 달했다. 오히려 당시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2930억달러가 유입됐고 코스피지수는 75.2% 상승했다. 한미 금리 역전보단 2003년 카드사태 이후 국내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든 영향이 자본유출입에 더 큰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환위기 당시 한국 경제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외국인 자본이 급격히 유출돼 위기가 증폭됐다"며 "단기적으로 금리역전이 일어났다해서 자본유출이 급격히 빠져나가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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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금리 역전 상태가 장기화되거나 역전 폭이 크면 시장 충격이 가시화될 수 있어서다. 정부와 한국은행도 긴장의 고삐를 죄고 있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22일 오전 미국 FOMC 결과를 점검하기 위해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 뒤 "4~5월 개최 예정된 남북, 북미 정상회담 결과 등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예의주시하겠다"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경우 적절한 시장안정 조치를 적기에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종전보다는 더 각별히 지켜보겠다"며 "시장 불안의 상황이 온다면 그때는 적절한 정책수단을 통해서 시장안정화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자금흐름을 데일리 베이스(daily base)로 유의해서 지켜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