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보도 내용 사실 아냐…IMF 기준 충족 위한 서비스수지 항목 변경"

한국은행은 통계청과 더불어 국내 주요 경제 지표를 집계하고 발표하는 통계 기관이다. 한은이 발표하는 통계는 국가 정책 방향 결정과 학계 연구, 개인·기업들의 경제 활동 결정에 기초 자료로 쓰인다. 다른 어떤 기관의 통계보다 높은 정확성과 신뢰도가 뒷받침돼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최근 한은 통계의 신뢰를 크게 흔들 만한 언론 보도가 나왔다. 30일 한 매체는 한은이 2010년부터 8년 간 국내 수출 실적을 176조원 의도적으로 부풀려 왔다고 전했다. 일정 기간 동안 한 나라가 다른 국가와 행한 경제 거래를 집계한 국제수지(BOP, balance of payments) 통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
한은은 곧바로 보도해명자료를 내고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머니투데이는 한은의 해명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국제수지 통계 매뉴얼 등을 토대로 국제수지 통계에 정말 문제가 있었는지 따져봤다.
◇대외 성과 위해 수출 실적 176조원 과장했다?=국제수지 통계는 크게 상품과 서비스의 수출입 내역을 의미하는 경상계정과 해외투자 등 돈의 흐름을 다루는 금융계정으로 분류된다.
해당 보도에서 문제가 된 지점은 경상계정의 서비스수지, 그 중에서도 건설 부문이다. 국제수지 자료를 보면 2010년을 기점으로 한국의 해외건설 부문 수출이 갑자기 치솟았는데, 이렇게 부풀려진 금액이 2010년 이후 8년 동안 176조원에 달한다는 것.
한은에 따르면 2010년 국제수지 통계의 개편이 이뤄진 것은 맞다. IMF가 2010년 1월 발표한 새 국제수지통계 매뉴얼 BPM6(balance of payments and international investment position Manual Sixth Edition)를 반영하기 위해서다. BPM6는 1년 이상 기간의 건설 공사 시 건설현장이 독립회계를 갖추지 않는 경우에는 금융계정의 직접투자가 아닌 경상계정의 건설서비스로 편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해외 건설시 현지에 회계 단위를 만들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외건설 활동이 현지 법인이 아니라 국내 본사의 회계에 반영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10년 12월 한은은 IMF의 권고를 받아들여 국내 본사 직영 해외건설공사를 서비스 항목으로 변경했다. 이전엔 건설공사를 위해 소요되는 금액은 금융계정 상 직접투자로, 걷어 들인 이익은 본원소득수지 상의 배당으로 잡히던 것이 서비스수지에 국내 본사의 '매출' 형태로 편입되게 됐다.
독자들의 PICK!
그 결과 2005~2009년중 서비스수지가 기존 기준을 따랐을 때보다 연간 37억~109억달러 정도 개선됐다. 2010년 이후 발표된 통계는 개편된 기준으로 작성되고 있다. 즉 국제 기준의 변경을 따랐던 만큼 "특정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수출 통계를 부풀렸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닌 셈이다.

◇GDP·BOP 통계상 불일치, 내부에서도 문제제기?=해당 보도는 국제수지 통계와 국내총생산(GDP) 통계 간 산출방식이 달라 서로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점도 문제로 들었다. 이를 두고 GDP 통계를 작성하는 국민소득팀과 국제수지팀 간 갈등이 있었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이 지적한 지점도 이 부분이었다.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다. 2010~2017년 중 GDP와 BOP통계의 서비스수출 규모 차이는 16조9000억원에서 31조4000억원 정도였다. BOP 통계 개편 과정에서 해당 통계를 작성하는 양 팀간 견해차가 있었던 것도 사실로 전해진다.
다만 한은은 결과값에 차이가 있는 것을 두고 "두 통계간 작성목적과 국제기준이 달라 발생한 것"이라며 "양 통계간 괴리는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주요국에서도 나타나는 일반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경제 상황 파악이 주 목적인 GDP 통계에선 국내 경제와 관련성이 약한 장기 해외건설을 해외생산으로 보고 국내 서비스 수출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러나 BOP 통계는 외화 유출입 파악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IMF의 기준에 따라 독립적인 재무제표가 없는 경우 서비스 수출로 포착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다른 나라의 상황을 봐도 GDP와 BOP의 서비스수지 통계가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 2013~2016년 사이 BOP 서비스수출액에서 GDP 서비스수출액의 차이는 한국의 경우 183억~281억달러였다. 같은 기간 프랑스는 306억~403억달러, 일본은 97억~123억달러, 미국은 -162억~-125억달러였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들어 국제기구에서도 국가별로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국제적 논의 진전에 맞춰 통계간 차이 문제를 적절히 해결해 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