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 늘고 사룟값 내려도 "한판 7000원대"...계란값 누가 정하나

생산량 늘고 사룟값 내려도 "한판 7000원대"...계란값 누가 정하나

세종=이수현 기자
2026.05.14 16:10

[계란값의 비밀]③

(서울=뉴스1) 임지훈 인턴기자 = 중동발 전쟁 여파와 사룟값 상승, 지난겨울 가축전염병 영향으로 축산물 가격이 일제히 오른 7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계란 진열대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날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소고기 등심(1등급) 평균 소비자 가격은 100g당 1만541원, 돼지 삼겹살은 2809원, 닭고기는 6443원으로 집계됐다. 계란 한 판(특란 30구) 가격은 7256원이다.  소·돼지·닭고기 가격은 전년 대비 10% 이상 상승했고 계란 가격은 3%가량 올랐다. 2026.5.7/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임지훈 인턴기자
(서울=뉴스1) 임지훈 인턴기자 = 중동발 전쟁 여파와 사룟값 상승, 지난겨울 가축전염병 영향으로 축산물 가격이 일제히 오른 7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계란 진열대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날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소고기 등심(1등급) 평균 소비자 가격은 100g당 1만541원, 돼지 삼겹살은 2809원, 닭고기는 6443원으로 집계됐다. 계란 한 판(특란 30구) 가격은 7256원이다. 소·돼지·닭고기 가격은 전년 대비 10% 이상 상승했고 계란 가격은 3%가량 올랐다. 2026.5.7/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임지훈 인턴기자

'1일 1란(卵)'이 일상이 되면서 계란은 국민 반찬이 됐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 주요통계에 따르면 2024년 1인당 연간 계란 소비량은 348개로 하루 평균 0.95개 꼴이다. 1970년(77개)보다 4배 넘게 늘었다. 그러나 가격은 심상치 않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특란 30구 소비자가격은 7380원으로, '심리적 저항선'으로 불리는 7000원대를 넘어섰다.

생산량이 늘고 사룟값이 내려가도 계란값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일일 계란 생산량은 4932만 개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사료가격도 kg당 529원으로 전년(549원)보다 낮아졌다. 그런데도 산지가격은 1구당 178.8원으로 조류인플루엔자(AI) 대란이 발생했던 2021년(180.0원)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배경엔 독특한 구조가 있다. 다른 축산물은 도매시장 경매를 통해 가격이 형성되지만 계란은 다르다. 농가를 대표하는 협회가 60여 년간 산지가격을 직접 고시해왔다. 1960년대 농가들은 유통상인에게 계란을 먼저 넘기고 나중에 정산받는 '후장기(사후 정산)' 방식에 묶여 있었다. 공적 거래 기준이 없던 상황에서 농가들은 기준가격을 발표하는 자구책을 택했다. 신선도가 생명인데다 깨지기 쉬워 경매에 적합하지 않은 계란의 특성이 이 구조를 굳혔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런 관행을 문제 삼지 않았다. 2009년 경고, 2011년 주의 조치에 그쳤고 2019년엔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고시가격과 실제 거래가격 사이에 차이가 있어 강제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2020~2021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전후 계란 산지가격 및 고시가격 흐름.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제공
2020~2021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전후 계란 산지가격 및 고시가격 흐름.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제공

판도가 달라진 건 2020~2021년 고병원성 AI 사태 이후다. 대규모 살처분으로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고, 실제 거래가격이 협회 고시가격과 유사하게 형성되기 시작했다. 농식품부는 "협회 고시가격이 현재 시세가 아닌 미래 희망가격인데도 실제 거래가격이 이에 수렴하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유통업체가 주도하던 시장 구조가 농가 우위로 뒤집히면서 협회 고시가격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이다.

대한산란계협회는 고시가격은 어디까지나 참고가격이며 계란값이 오른 건 수급 불안 영향이라고 반박한다. 농식품부는 "생산량이 오르고 사료가격이 떨어졌음에도 계란값이 하락하지 않았다"고 지적하지만 계절적 요인·수급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일평균 생산량은 1분기보다 3.6% 감소했고, 사료가격은 보합 수준에 그쳤다.

가격 주도권을 두고 맞서는 사이 공급 충격은 또 들이닥쳤다. 2025~2026년 동절기 고병원성 AI 발생에 따른 산란계 살처분 규모는 1134만 마리로 집계됐다. 2020~2021년 겨울 1696만 마리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공급이 흔들리자 물량 확보 경쟁도 다시 치열해졌다. 최근에는 계란 한 판당 '웃돈'을 얹어 거래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2021년 AI 대란 이후에도 수입란을 꺼내 들었으나, 가격 불안의 근본인 유통구조는 손대지 못했다. 공개 거래 기반 마련을 위한 계란 공판장은 현재 4곳이 운영 중이지만 전체 계란 거래액의 3.6%(추정치)에 불과해 시장 가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협회의 가격 가이드라인이 교섭력이 떨어지는 영세 생산자들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해온 측면도 있다"며 "이번 제재 논란을 계기로 보다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방향을 근본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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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이수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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