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 스튜어드십 코드]⑤기존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확대, 개편…당초 구상과 달리 비상설 구조로 출범

스튜어드십 코드(SC·Stewardship Code)의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탁자책임위) 신설이다.
정부 안이 관철되면 수탁자책임위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로부터 주주권 행사 등 전권을 위임받아 행사하게 된다. 재계의 또 다른 저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쥐는 구조다.
하지만 당초 구상과 달리 수탁자책임위는 비상설 조직으로 출범한다. 정부 입김에서 완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수탁자책임위 역시 한계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16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17일 공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을 공개한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이르면 26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을 의결한다.
정부 안에는 수탁자책임위의 신설이 명시돼 있다. 수탁자책임위를 이해하려면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구조부터 파악해야 한다. 현재 국민연금이 조성한 기금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은 기금운용위원회다.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기금운용위원회는 635조원에 이르는 국민연금기금의 운용계획을 총괄한다. 근로자와 지역가입자, 사용자 대표를 비롯해 정부 관계자들까지 기금운용위원회에 참여한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주요 업무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위탁한다.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연금공단의 한 조직이지만, 독립성을 보장받는다. 웬만한 의결권 행사는 기금운용본부의 투자위원회가 맡는다.
그러나 투자위원회가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 넘긴다. 2006년 출범 당시 전문위원회는 가입자 대표들이 추천한 민간전문가 9명으로 구성됐다.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지침은 "기금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의결권은 기금운용본부에 설치된 투자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행사한다"며 "찬성 또는 반대하기 곤란한 안건은 전문위에 결정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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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문위원회의 역할이 모호했다. 국정농단 문제로 이어졌던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건만 하더라도 전문위원회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빠졌다. 당시 투자위원회는 찬성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함께 전문위원회를 확대 개편한 수탁자책임위를 신설한다. 수탁자책임위는 주주권행사 분과와 책임투자 분과 등 2개 분과로 구성되며 총 14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의결권 찬반 결정 외에도 주주권 행사 원칙 확립, 투자대상 기업의 사회적책임 평가 등의 역할을 맡는다. 전문위원회 위원 3명 이상이 요구하는 의결권행사 안건은 전문위원회에서 결정할 수 있다는 지침도 물려받는다.
그러나 연구용역에서 제안된 수탁자책임위의 상설화는 당분간 보류됐다. 연구용역 보고서는 상임위원의 선임 등 수탁자책임위의 상설화를 명시했다. 상설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재의 전문위원회와 큰 차이가 없다.
전문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수탁자책임위 상설화는 법 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정부 안에 당장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이름만 바뀐다고 볼 수도 있지만 역할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