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사용후핵연료 재검토준비단 활동 종료…공은 정부로

[단독]사용후핵연료 재검토준비단 활동 종료…공은 정부로

세종=권혜민 기자
2018.11.14 16:50

12일 활동 시한 종료…재검토위 구성 방법·지역의견 수렴 범위 등 합의 못해

고준위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의 재공론화를 위해 구성된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 재검토준비단’(준비단)이 사실상 ‘빈 손’으로 6개월 간의 활동을 마쳤다. 사회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 공론화 전 이해관계자들이 동의하는 절차를 만드는 게 목표였지만 다수의 핵심 쟁점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결국 결정의 공은 정부에 넘어가게 됐다. 재검토위원회의 출범과 운영 과정에서 갈등이 불가피한 만큼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사용후핵연료의 재검토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준비단에 따르면 지난 12일로 준비단 활동 시한이 종료됐으며 준비단이 활동 마지막 날까지 회의를 열고 난상토론을 벌였지만 주요 쟁점에 대한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준비단은 활동 종료 후 정책건의서를 작성해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하나의 안을 만들어내지 못해 쟁점 사안에 대해선 서로 다른 입장을 모두 담는 방식으로 정리하기로 했다. 건의서는 내주 중 작성해 오는 27일 정부에 최종 제출할 예정이다.

준비단은 지난 5월 문재인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인 ‘공론화를 통한 사용후핵연료 정책 재검토’를 위해 출범했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력발전소에서 핵분열(연소)을 마치고 남은 폐연료봉이다. 강한 방사선을 배출하기 때문에 길게는 100만년을 격리해 보관해야 한다.이전 정부는 2016년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하지만 당시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환경단체 위원이 불참하는 등 한계가 있었다.

준비단은 기본계획 재검토 과정을 큰 틀에서 설계하는 역할을 맡았다. 재검토 세부 방식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환경단체와 원자력계, 원전지역 등 이해관계자들의 합의를 통해 마련하겠다는 취지였다. 당초 9월 활동을 마칠 예정이었지만 결론을 못내 2개월 연장했고, 이 마저도 12일 종료됐다.

반년간 논의 과정에서 불거진 쟁점은 크게 3가지다. △재검토위의 목표·구성방법 △지역의견 수렴 범위 △공론화 순서 등을 두고 준비단 내의 의견이 엇갈렸다. 이 중 지역공론화와 전국공론화의 진행 순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지역의견 수렴 범위의 경우 합의를 보지 못했다. 원전지역의 범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가 쟁점이었다. △원전 소재지를 포함하는 반경 5㎞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포함하는 반경 30㎞ 두 가지 안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재검토위의 역할과 권한, 구성 방법 등 의견 수렴 방법을 두고도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재검토위 구성 방식에 대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와 같이 중립적인 갈등관리 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직접 위원회에 참여하는 방안이 맞섰다. 재검토위의 역할에 대해서도 의견 수렴을 통해 정책 결정의 기초 자료를 제출하는 것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과 재검토위가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 부딪혔다.

산업부는 건의서를 검토해 12월 중 재검토위 구성 방안을 마련하고, 내년 1월 출범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해관계자 간 합의를 유도했지만 팽팽한 사안에 대해선 합의를 하지 못했다”며 “6개월 간 논의 과정을 토대로 최적의 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준비 단계에서부터 의견 조율에 실패한 만큼 어떤 방식으로 재검토위가 구성·운영되든 갈등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벌써부터 이해관계자들의 반발 움직임이 일고 있다. 13일 탈핵부산시민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부로 공이 넘어간 재검토위는 그동안 오랜 유착관계를 형성해 온 핵산업계의 요구에 맞춰 구성되고 운영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준비단 단장을 맡았던 은재호 한국갈등학회 회장은 “많은 부분에서 합의를 보지 못해 아쉽고 마음이 무겁다”면서도 “논의 과정에서 쟁점들을 명확히 정리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또 “한국 행정사에 있어서 최초로 정부가 권한을 내려놓고 이해관계자 집단의 합의에 기초해 향후 의사결정 방식을 설계하고자 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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