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연승 선박안전기술공단 이사장…여성 첫 조선공학 박사 출신으로 '최초' 타이틀 이어가고 있는 선박분야 전문가

세종시 선박안전기술공단 입구에는 '시맨십(Seamanship) 등대'라는 조형물이 놓여 있다. 강원도 최북단 아야진에 있는 등대를 축소해 만들었다. 선박검사 업무 등을 담당하는 선박안전기술공단을 설명하는 상징물이다.
시맨십은 뱃사람(Seaman)이 대양을 항해할 때 필요한 항해술과 도전정신을 말한다. 뱃사람하면 거친 남성이 그려진다. 그래서 2017년 12월 여성인 이연승(51) 선박안전기술공단 이사장이 취임했을 때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1년 5개월이 지난 지금, 무게중심은 기대에 쏠려 있다. 선박안전기술공단은 오는 7월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으로 재출범하면서 덩치를 키우고, 이 이사장이 새 기관의 초대 이사장을 맡게 된다.
이 이사장은 '첫'이라는 수식어가 여러개 따라다닌다.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 베를린공대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받았다. 한국인 여성 첫 조선공학 분야 박사다. 대우조선해양 등 민간기업에서 선박 설계를 담당하다가 홍익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를 거쳐 선박안전기술공단의 이사장을 맡았다. 1979년 어선협회로 시작한 선박안전기술공단에서 여성 이사장은 처음이다.
이 이사장에게 바다는 운명이었다. 부산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바다가 친근했다. 어린 눈에는 요트와 여객선이 멋있게 보였다. 조선공학에 관심을 가진 이유다. 적성에 잘 맞았다고 한다. 8일 집무실에서 만난 이 이사장은 "적성에는 맞았지만 해양분야에서 여성이 일하는 게 쉽진 않다"며 "선례를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몸담은 선박, 해양 분야는 아직 남성적인 문화가 지배적이다. 과거 민간회사에서 근무할 때는 어려움을 토로한 여성 후배들이 많았다. 이 이사장은 "여직원들이 항상 울면서 찾아왔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울면서 찾아온 상당수 후배들은 회사를 떠났다. 이 이사장이 '선례'를 강조하는 이유다.
이 이사장은 해양교통안전공단 초대 이사장을 맡으면서 다시 '지도에 없는 길'을 간다. 해양교통안전공단 출범은 세월호의 아픔과 뗄 수 없다. 세월호 사고 이후 해양안전 관리를 전담할 기관의 필요성이 커진 게 출범의 배경이다. 앞으로 해양교통안전공단은 바다에서 육상의 '교통안전공단'과 같은 역할을 한다.
완전히 새로운 공단을 만드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선박안전기술공단을 확대·개편하는 것으로 교통정리가 끝났다. 선박안전기술공단의 기존 업무인 선박검사, 여객선 안전운항 관리업무에 해양안전 교육, 홍보, 연구개발(R&D) 활동 등이 추가된다. 선박에만 한정된 안전관리에서 해양안전을 총괄하는 기관으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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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사장은 "해양교통안전공단 출범은 해양교통의 안전을 통해 국민들이 바다와 좀 더 친숙해질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생업에 종사하는 어민, 산업으로 바다를 이용하는 해운업 종사자, 해양레저를 즐기는 국민들이 깨끗하고 안전한 바다에서 좀 더 편하게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게 저희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남은 과제도 있다. 출범이 2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인력 증원과 예산 증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선박안전기술공단은 9만5000척의 선박을 검사하고 있지만 현장인력은 120명에 불과하다. 정부의 예산 편성 시점과 맞지 않아 연말이나 돼야 인력 수급 등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 이사장은 "종합적인 안전관리를 위해 새로운 인력 보강이 절실하다"며 "해양교통안전공단이 출범하면 권역별로 안전센터를 설립해 '선박의 병원'과 같은 역할을 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