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매일 1260억... '노란 돈'이 산더미처럼 쌓이는곳

[르포] 매일 1260억... '노란 돈'이 산더미처럼 쌓이는곳

안재용 기자
2019.06.19 13:39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 5만원권 하루 9만여장 생산…위변조 방지기술 활용 110가지 제품 생산

한국조폐공사 경산 화폐본부에서 5만원권을 만들고 있다/자료=조폐공사
한국조폐공사 경산 화폐본부에서 5만원권을 만들고 있다/자료=조폐공사

경북 경산시 감못 인근에 위치한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화폐검사기에서 '합격'을 뜻하는 녹색등이 계속 깜박이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하루에 5만원권 28개가 인쇄된 전지 9만장을 찍어낸다. 금액으로는 일반인들이 평생 볼 수 있을까 말까 한 1260억원이다. 노란 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니 가치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말 그대로 돈이 돈 같지 않다. 그냥 제품일 따름이다.

5만원권 화폐는 2009년 6월23일 첫 선을 보였다. 발행 10주년을 앞두고 지난 18일 경산 화폐본부를 찾았다.

경산 화폐본부는 1975년 세워졌다. 축구장 10여개 넓이인 7만2800㎡(2만2017평) 규모 공장에서 10원짜리 동전부터 5만원 지폐까지 모든 한국은행권을 만든다.

하얀 종이가 5만원권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40일이란 시간이 필요하다. 시작은 아무것도 없는 빈 용지다. 배경그림을 인쇄하고 액면금액 숫자를 찍는다. 위조를 막기위한 홀로그램을 부착한 뒤 앞뒤 그림을 요판인쇄한다. 요판인쇄는 잉크 두께를 각 부분마다 다르게 하는 기법이다.

앞뒷면을 인쇄한 후에는 각각 4~5일간 건조한다. 잉크가 번지면 낭패다. 박상현 조폐공사 생산관리과장은 "생산시설은 섭씨 23도, 습도 55퍼센트를 항상 유지한다"며 "일정한 온도와 습도에서 생산해야 은행권이 변질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화폐 제조현장은 아파트 3층 수준 높이지만 상당히 쾌적했다.

이후에는 자동화 검사를 통해 혹시 발생했을 불량품을 걸러낸다. 5만원권 28장 한 판이 모두 완전한 완지, 일부가 불량인 잡완지, 폐기처리용지로 나뉜다.

검사를 모두 마친 지폐는 지문같은 역할을 하는 일련번호를 받는다. 일련번호는 각 지폐가 모두 다르다. 일련번호를 보면 언제, 어디서, 누가 생산했는지 알 수 있다. 박 과장은 "완지는 바로 절단해 포장하고 잡완지는 절단 후 낱장검사를 거쳐 불량은 분쇄한다"며 "완지에서 만들어진 지폐는 일련번호가 순서대로지만 잡완지 출신은 중간에 폐기되는 것이 있어 빈 번호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각 공정은 모두 테니스 코트 절반 크기 조폐기가 자동으로 진행했다. 직원들은 모니터 숫자를 점검하거나 기계고장을 체크한다. 각 단계별로 완성된 용지를 기계에 투입하는 것도 사람 몫이다. 조폐기가 제대로 생산하는지 점검하기 위해 일정 생산마다 견본을 뽑아 점검하기도 한다.

조폐공사 화폐본부 직원이 5만원권 불량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사진=조폐공사
조폐공사 화폐본부 직원이 5만원권 불량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사진=조폐공사

포장된 5만원권은 한국은행으로 옮겨진다. 한은에서 시중은행을 통해 세상에 내보내기 전까지는 생긴 건 돈이지만 아직 화폐가 아니다. 한은에서는 일련번호를 등록한다. 5만원권은 5억원씩 비닐 포장됐다. 직접 들었을 때 꽤 무거웠다. 한 뭉치에 약 10킬로그램(kg)이다.

한국은 전세계 200여개국 중 몇 안되는 지폐 자체제조 국가다. 지폐 용지부터 완성품까지 전 과정을 직접한다. 원료가 되는 면펄프도 우즈베키스탄에 위치한 조폐공사 자회사에서 만든다. 지난달에는 화폐용지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수출했다. 뛰어난 위변조 방지기술을 갖춘 덕분이다.

조폐공사는 지난해 매출액 4806억원, 영업이익 95억원으로 6년 연속 최고실적을 경신했다. 2009년 10억장 수준이던 은행권 제조량이 지난해 6억장대로 줄었지만 위변조 방지기술을 활용한 제품으로 눈을 돌렸다. 조폐공사는 은행권 외에도 기념지폐, 수표, 증권·채권, 여권 등 신분증, 상품권, 정품인증 라벨 등을 만든다. 조용만 조폐공사 사장은 "주민증과 우표, 상품권 등 110가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며 "품질면에서는 어떤 선진국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5만원권 완제품, 5억원 단위로 포장된다. 무게는 약 10킬로그램이다./자료=조폐공사
5만원권 완제품, 5억원 단위로 포장된다. 무게는 약 10킬로그램이다./자료=조폐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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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용 기자

안녕하세요. 혁신전략팀 안재용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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