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공론화로 日 압박 공조 본격화… 수출통제시스템 실무급 양자협의로 물밑 돌파구 모색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이사회에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를 긴급 의제로 상정했다. 동시에 정부는 보복조치 철회를 위해 미국과 공조를 시도하는 한편 일본 당국과 실무급 양자협의를 갖기로 해 갈등 해결의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9일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 상품무역이사회에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기타안건으로 긴급상정해 회의 안건으로 채택됐다”며 “WTO 제소를 앞두고 국제기구와 관련국에 일본 조치 부당성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해 핵심소재 수출 규제를 강화한 조치가 근거없는 조치로 WTO 규범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통상전문가들은 일본의 조치가 특별한 사유가 없이 회원국간 수출입 물량 제한을 금지하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제11조를 위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최혜국 대우 원칙 아래 모든 회원국에 동등한 특혜를 주도록 한 GATT 제1조 위반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분명한 경제보복 조치로 규정하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일본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복조치 철회를 위한 국제공조도 본격화하고 있다. 김희상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은 오는 1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런드 드 마셀러스 미 국무부 국제금융개발담당 부차관보와 회동한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르면 다음 주 미국을 방문한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일본의 조치가 한국 경제에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 미국 경제에도 연쇄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제공조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강화 이유로 내세운 ‘부적절한 사유’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으로부터 불화수소를 수입해 가공하거나 수출하는 관련 기업들을 대상으로 긴급 조사를 실시했으나 불화수소가 북한을 포함한 유엔 결의 제재 대상국으로 유출됐다는 어떤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성 장관은 “한국은 4대 국제 수출통제 체제와 3대 조약에 모두 가입하고 모범적으로 수출통제제도를 운영하며 국제평화와 안전보장을 위한 국제사회 책무를 성실히 이행해왔다”며 “그동안 일본을 포함한 어느 나라도 한국의 수출통제 제도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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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한·일 정책당국자가 갈등 발발 이후 첫 양자협의를 열기로 해 결과가 주목된다. 산업부와 일본 경제산업성은 12일 일본 도쿄에서 실무급 양자협의를 개최한다. 이번 양자협의는 전략물자수출통제체제인 바세나르체제 차원에서의 양자협의다.
정부는 일본이 ‘모든 회원국이 수출통제 시스템을 특정 국가나 특정 국가군을 대상으로 하지 않을 것이며, 선량한 의도의 민간거래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는 바세나르체제 기본지침을 위반했다며 지난 주 일본 정부에 양자협의 개최를 요청한 바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이 갑자기 수출 규제를 강화한 이유·배경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요청했고 이를 듣기 위한 자리”라며 “일본 측 조치에 대한 한국 정부 입장도 명확히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