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산업경쟁력 핵심은 사람"… 국산화 성공 소재·부품·장비-수요기업 연계 가능한 인센티브 도입 필요성도
일본 정부의 대(對) 한국 핵심소재 수출규제 강화를 계기로 소재·부품·장비 분야 탈(脫)일본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정책도 관련 분야 연구개발(R&D)에 예산을 집중 지원해 국산화를 앞당기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예산보다 중요한 것이 전문인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기본기가 튼튼한 기초과학 분야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제언이다.
김재현 동진쎄미켐 반도체재료사업본부장(부사장)은 지난 22일 서울 태평로2가 더플라자호텔에서 머니투데이가 산업통상자원부·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함께 주최한 좌담회에서 “산업경쟁력 핵심은 사람”이라며 “지금부터라도 긴 호흡으로 소재·부품·장비 분야 전문인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성호 MKS파워솔루션즈아시아 대표도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에 세계적 종합반도체연구소인 벨기에 아이멕(IMEC) 같은 연구 클러스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대·중소기업과 지역 대학·연구소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어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고 소재·부품·장비 신뢰성 평가를 함께한다면 10년 뒤 우리가 관련 기술을 선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진세미켐은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으로 수출을 규제한 3가지 소재 중 하나인 ‘포토 레지스트(감광재)’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국내 반도체 산업이 활성화되기 전인 1980년대부터 반도체 소재 분야 선제적으로 투자해 국산화를 이끌어왔다. MKS파워솔루션즈아시아는 연매출만 2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적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부품업체 MKS의 한국법인이다.
좌담회에 참석한 반도체 공정 전문가인 홍성호 명지대 산학인재개발원장(전자공학 교수)는 “소재·부품·장비 분야는 달리기로 비유하면 마라톤과 같다”며 “1등에게 금메달 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마라톤 특성을 고려해 3등 한 사람도 그 공로를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문화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요기업(대기업)이 국내 중소기업이 만든 소재·부품·장비를 사용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정작 국산화에 성공해도 수요기업에서 사주지 않으면 투자선순환이 이뤄지지 않아서 시장에서 결국 도태된다는 지적이다.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반도체 전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4~5%로 원가 10%를 절감한다고 해도 총 원가비중은 0.4~0.5%에 불과하다. 수요기업이 가격경쟁력 등을 이유로 후발 국산품을 사용할 유인이 적다는 의미다. 김 부사장은 “국내 소재업계 특성상 해외에서 원자재를 비싸게 사오고 수요기업에는 단가를 낮춰서 들어가 마진이 적다”며 “구조적으로 과감한 R&D 투자가 어렵기 때문에 이 부분을 정부가 제도적으로 지원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