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WTO 개도국 지위 포기하면 쌀 관세 513%→154%?

[팩트체크]WTO 개도국 지위 포기하면 쌀 관세 513%→154%?

세종=유영호 기자
2019.10.25 09:16

새 농업협상 타결 전까진 현재 관세율·보조금 유지… 전문가 “민감품목 중심 제한적 개도국 특혜 전략 마련해야"

정부가 25일 ‘WTO(세계무역기구) 내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를 선언하면서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 농산물 관세를 내리고 보조금을 축소하는 등 피해가 예상된다고 우려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정부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앞으로의 WTO 농업협상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불확실성은 일부 커지지만 당장 직·간접적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개도국 포기해도 농업 관세·보조금 현행 유지=2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은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농업 분야에 한정해 개발도상국 지위를 인정받았다. 현행 WTO 협정은 각국이 개도국임을 선언하면 관세·수입 쿼터·보조금 등에서 선진국과 특혜(우대조항)를 적용할 수 있다.

WTO 내 각종 협약문에 명시된 개발도상국 특혜는 총 155개다. 특혜의 핵심은 △농산물 관세 인하 폭 △관세 인하 이행 기간 △보조금 감축 규모 등이다. 나머지는 대부분이 기술지원, 절차상 편의 등으로 실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크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UR 협상 당시 농업 분야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선언하되 다른 분야에서는 개발도상국 지위를 내세우지 않기로 했다”며 “당시 회원국들이 이를 인정해 지금까지 개발도상국 특혜를 누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에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를 선언했다고 해서 이런 특혜가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농업 분야 통상규범이 될 WTO 농업협상, 즉 도하개발어젠다(DDA)가 아직 타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현재 적용 중인 농산물 관세율과 국내 보조금 한도는 1995년 만들어진 ‘WTO 국별양허표’에 실려 있다. 진행 중인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 이상 농산물 관세율 등이 현재 상태로 유지되는 것이다.

일각에서 현재 513%인 쌀 관세율이 이번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로 154%로 낮춰야 하고, 농업 분야 국내 보조금도 현재 1조5000억원 수준에서 7000억원대로 축소해야 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산업부 관계자는 “1995년 WTO 국내 이행계획서에 따라 농산물 관세율과 농업 분야 국내 보조금을 2004년까지 10년간 감축한 것이 현재 관세율과 보조금 수준”이라며 “이는 차기 WTO 농업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유효하다”라고 말했다.

◆불확실성 확대… 민감품목 보호장치 마련해야=특히 DDA 협상이 19년째 헛돌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현행 체제가 상당 기간 지속할 가능성도 크다. 지난해 9월 대만, 올해 1월 브라질이 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한 것도 같은 셈법이 반영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통상 전문가는 “지금 나오고 있는 숫자들은 사실상 좌초한 협상에 기초하기 때문에 허수에 가깝다”며 “당장 대만과 브라질이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한 후에 관세율·보조금 등에 전혀 변화가 없었다는 것을 보면 명확하다”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농업 분야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은 사실이다. 현재 DDA 협상이 19년째 교착상태에 빠져있지만 특정한 협상 동력이 생겨 DDA 혹은 새로운 농업 협상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번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로 앞으로 이어질 협상 및 이행 과정에서 선진국 규범을 적용해야 한다.

이와 관련,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선진국 지위를 받아들이되 갑작스러운 충격을 고려해 쌀 등 민감 농산물을 중심으로 매우 제한적인 부문에서 개발도상국 특혜를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