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민간기업 인국공이 몰려온다, 정규직화에 떠는 기업들④

문재인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착수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하 정규직 전환)은 민간으로 퍼뜨리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이 의도했던 정책효과와 정반대로 전체 비정규직 비율은 오히려 높아졌다. 정규직 전환 작업 중인 일부 기업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롤모델'이 없어 공공부문에서 갈등이 생길 뿐 아니라 민간 확산도 막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은 3단계로 진행됐다. 정규직 전환 대상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20만5000명과 전화상담원 등 민간위탁 노동자 20만명이다. 권고사항인 민간위탁 노동자를 제외하면 지난달 말 기준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비정규직은 95%(19만6000명)가 넘는다.

정규직 전환이 광범위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된 배경 중 하나는 민간을 향해 '동참해달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2017년 정부가 정규직 전환을 공식화하면서 제시했던 2016년 고용부 실태조사를 보면 민간부문 정규직 비율은 67.2%로 공공부문 83.1%보다 크게 낮았다. 양극화 주범인 정규직-비정규직 이중구조가 민간에 더 만연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민간은 꿈쩍이지 않았다. 통계청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2019년 8월 기준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임금노동자 대비 비정규직 비율은 36.4%로 집계됐다. 2017년 32.9%, 2018년 33.0%에서 오히려 올랐다.

지난해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748만1000명으로 2017년보다 90만3000명 증가했다. 거칠게 보면 같은 기간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20만명 줄었으나 민간 등 다른 부문은 110만명 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정부는 기간제 노동자 35만~50만명이 새로 포착된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더라도 비정규직은 40만명 증가했다.
현대위아, 한화, 코웨이, SK브로드밴드처럼 정규직 전환(협력업체나 하청업체 직원의 직고용)을 도입한 일부 기업에선 공공기관 못지 않게 잡음이 생기고 있다. 정규직으로 전환한 비정규직이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노-사, 노-노 간 갈등을 겪고 있다.
민간이 정규직 전환을 주저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주 52시간제, 최저임금 인상에다 정규직까지 늘면 인건비 부담을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 민간이 기업에 그대로 믿고 따를 정규직 전환 롤모델이 없는 점도 한 요인이다. 노-사, 노-노 간 힘겨루기를 벌이는 공공기관의 모습이 그대로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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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선 임금체계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규직 전환에 따른 비용 부담을 완화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마침 호봉제처럼 경직적인 임금체계는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원인으로도 지목받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부터 임금체계 개편의 일환으로 직무급제 전환을 추진 중이나 도입률은 저조하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직적인 임금, 근로조건 하에서 정규직을 늘리는 건 악순환을 되풀하겠다는 것"이라며 "정규직 전환은 경직적인 임금체계를 개혁했다는 성과를 바탕으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다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