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그룹 모체이자 사업 지주사인 삼성물산이 최근 석탄 관련 신규산업 중단을 선언했다. 이건 자의일까, 아니면 마지못해서일까.
우선 '친환경 경영'이란 도덕적 가치가 결정에 중요한 결정요인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요인은 사업 파트너 혹은 소비자들로부터의 지지다.
삼성물산을 둘러싼 외부 사회의 의견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란 얘기다. 탈탄소 이슈는 당위 문제가 아니라 당장 수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영 현안이 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영국 리걸앤제너럴 그룹과 노르웨이 케이엘피(KLP), 핀란드 노르디아 은행 등 유럽계 기관투자자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내세우며 석탄 관련 사업 지속이 향후 투자에 리스크가 될 거라고 삼성물산에 경고했다. 일부 환경운동가들은 직접적으로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와 그 생산품인 휴대폰 불매운동을 벌였다. 지구온난화에 악영향을 주는 기업 제품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삼성 이후 한국전력도 향후 석탄발전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동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날에 맞춰서다.
과거 미풍에 불과했던 탈탄소 이슈는 이제 태풍이 됐다. 탈탄소에 동참하지 않으면 그에 맞서다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릴 수 있다. 먼 훗날 다가올 해수면 상승 때문이 아니라 당장 유동성 부족과 매출감소, 높은 관세에 막힐 수 있다.

유럽연합(EU)에 수출하는 자동차 기업들에는 더욱 더 시급한 문제다. EU는 내년부터 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량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km 당 95g으로 줄이라고 했다. 2015년 목표치보다 30% 줄어든 양이다. 배출량이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1g당 벌금 95유로가 부과된다. 2030년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최소 55% 줄여야 한다.
영국 리서치회사 JATO다이나믹스가 EU에서 판매되는 주요 20개 차 브랜드 온실가스 배출실적을 조사한 결과 2019년 기준으로 모든 브랜드가 배출량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완성차 업체들이 부랴부랴 전기차·수소차 개발에 나서거나 적극적인 M&A(인수합병)에 나서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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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탄소규제에 앞장선 것은 EU였다. 하지만 곧 미국도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아니라 조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돼서다. 그는 대통령에 취임하는 즉시 파리환경협약에 재가입할 것을 선언했다. 삼성이 이를 예측해서 탈석탄 선언을 한 것이라면 지나친 억측일까. 아마 삼성경제연구소 수준에서라도 바이든의 당선과 다가올 국제 환경협약 변화를 보고했을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당선자는 지난 4일(현지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은 트럼프 행정부가 파리기후변화 협약에서 공식 탈퇴한 날로 정확히 77일 안에 바이든 행정부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다시 가입하겠다"고 밝혔다.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이 뒤집었던 오바마 행정부의 청정전력계획, 자동차 연비·온실가스 배출기준 강화 정책도 다시 부활할 가능성이 크다.

민간 영역에서도 탈탄소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RE100이 대표적 사례다. RE100은 연간 100GWh(기가와트시) 이상을 사용하는 전력 다소비기업이 2050년까지 사용량 전부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캠페인이다. 애플, 구글, BMW 등 242개 글로벌 기업들이 탄소공개프로젝트(CDP) 위원회에 공식 등록해 참여하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납품사에도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RE100 이행방안을 마련한 것은 글로벌 대기업에 납품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수단을 마련해 달라는 국내기업들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