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기요금 연료비연동제 기준연료비 연내 재조정 결정
단기간 전기요금 인상 억제해도 결국 국민부담으로 돌아와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됐지만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내년 2분기부터는 전기요금 인상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내년 전기요금을 정할 때 기준이 되는 기준연료비를 올해 중 조정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기준연료비가 인상되면 분기·연간으로 정해진 변동 제한폭 이상으로 전기요금이 오를 수 있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기요금 연료비연동제 기준연료비를 연내 재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연료비연동제 기준년은 '2019년 12월~2020년 11월'에서 '2020년 12월~2021년 11월'로 변경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국제유가 등 원료가격이 급격히 오른 만큼 기준연료비도 20% 가까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전기요금 연료비연동제는 전기생산에 필요한 연료(유연탄, 액화천연가스, 벙커C유 등) 가격 변동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제도다. 실제 운용될 때는 먼저 기준년(현 2019년 12월~2020년 11월) 연료비 평균인 기준연료비(289.07원/kg)를 산출하고, 해당 분기 실적연료비와 비교해 변동연료비(실적연료비-기준연료비)를 추산한 후 변환계수(0.1634/kWh)를 곱해 연료비 조정단가를 정한다.
다만 급격한 가격변동으로 국민생활이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분기별로 1kWh(키로와트시)당 3원, 연간 1kWh당 5원의 상하한선을 둔다. 물가가 급격히 올라 전기요금 인상이 국민생활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정부가 판단할 때는 요금인상을 유보할 수도 있다. 실제로 정부와 한국전력은 내년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산술적으로는 1kWh당 29.1원을 올려야 하나, 국민 생활안정을 고려해 동결했다.

기준연료비 재산정은 위의 절차와는 달리 기준년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연료비연동제 도입 당시에는 매년 기준연료비를 바꾸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산업부와 기획재정부가 협의해 결정한다. 내년 기준연료비는 협의에 따라 재산정하기로 결정됐으나 내후년에는 바뀌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기준연료비가 바뀌면 분기별로 연료비조정단가가 정해지는 것과는 별개로 전기요금의 기저가 변경된다. 전기요금 상하한폭과는 별도로 요금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년간 분기별 실적연료비를 살펴보면 △1분기(2020년 12~2021년 2월) 288.07원 △2분기(3~5월) 299.38원 △3분기(6~8월) 355.42원 △4분기(9~11월) 467.12원을 기록했다. 단순평균하는 경우 내년에 적용되는 기준연료비는 1kWh당 352.5원으로 결정된다. 기존 기준연료비(289.07원/kg)와 비교하면 약 21.9%가 높아지게 된다. 이를 모두 전기요금에 반영하면 20% 넘게 오른다는 얘기다. 단 기준연료비가 인상된 이후 국제유가 등 연료가격이 인하되면 전기요금도 낮아지게 된다. 기저가 높아지는 만큼 인하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다만 기준연료비가 재산정되더라도 전기요금이 당장 급등하는 것은 아니다. 한동안은 '서류상 상승'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전기요금은 연료비 조정단가 기준으로 1kWh당 0원이다. 기준년 대비 요금이 오르지 않았다는 뜻이다. 기준연료비가 재산정되면 해당 연료비 조정단가가 음수로 바뀌게 되나 정부가 구체적인 조치에 나설 때까지 실제 전기요금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기준년 대비 1kWh당 -10원'과 같은 형태로 표현될 수 있으나 매달 받는 전기요금 고지서에는 변동이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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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한 상황이라 대선이 끝나는 3월이후 요금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또 정부는 기준연료비 재산정에 따른 전기요금 적용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연료비연동제) 제도 취지나 물가영향, 국민생활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하려고 한다"며 "단기간 억제해도 결국 나중에 더 국민에게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국민부담을 고려해 잘 반영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기준연료비 개정에 나선 것은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가 형해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연료비연동제는 제도 특성상 준칙에 따라 요금을 변경하는 제도인데 유보조항을 적극적으로 적용함에 따라 지난 1년간 운영방식은 그렇지 못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제도도입 1년후 기준년을 변경하지 않는 경우 연동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자의적으로 제도를 운용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또 한전이 1조원이 넘는 대규모 적자를 보고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까지 한전의 누계 영업적자는 1조1298억원으로 1조원을 넘었다. 최근 3개월간 증권사에서 발표한 전망치 평균값인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해 한전 영업이익은 3조611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업계 일각에서는 5조원 안팎의 적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