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尹정부 '통상'의 운명①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가 산업통상자원부의 통상 기능을 외교부로 넘겨 외교통상부를 부활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통상 정책의 이해 당사자인 기업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걱정의 목소리의 터져나온다. 산업부에 비해 기업에 대한 이해와 산업에 대한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외교부가 통상 업무를 주도할 경우 자칫 산업계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9일 주요 산업협회들의 모임인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이 최근 기업들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조사에 응한 수출제조업체 124곳 가운데 108곳(87.1%)이 "통상 기능을 현행 산업부에 둬야 한다"고 답했다. "통상 기능을 외교부로 옮겨야 한다"고 답한 기업은 14곳(11.3%)에 그쳤다. 나머지 2곳(1.6%)은 '기타' 답변을 골랐다.

이번 조사에서 통상 기능을 산업부에 둬야 한다고 답한 기업들 가운데 64곳(51.6%)이 "산업계와의 통상 현안 관련 소통이 원활할 것"이라고 응답 이유를 밝혔다. 이어 △"통상은 산업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에 산업부가 맡아야 한다" 63곳(50.8%) △"산업부에 잘 구축돼 있는 통상 인프라를 활용해야 한다" 50곳(46.8%) △"외교부가 통상 업무를 담당할 경우 국제정치 현안에 경제이익이 희생될 것" 40곳(32.3%) 순이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 회장)은 최근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기업 입장에서 통상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다"며 "기업을 이해하는 쪽이 통상을 맡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통상 기능에 대해 오랜 기간 산업계와 호흡을 맞춰온 산업부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산업계에선 통상 문제를 놓고 산업부가 아닌 외교부와 의사소통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적지 않다. 국내 주요 경제단체 임원인 A씨는 "문서 중심으로 일하는 외교부는 기업과 소통이 안 돼 통상 현안을 협상할 때 기업들의 의견을 묻기 어려운 구조"라며 "과거 외교부가 통상을 주도하던 당시 진행되던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과정에서도 한미 FTA 전자상거래 조항을 그대로 적용하려다가 독소조항이 포함될 뻔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제조 대기업의 중간 관리자인 B씨는 "기업들 입장에선 업종별로 핫라인을 유지하고 있는 산업부가 통상 업무를 맡는 것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외교부로 통상 업무가 이관될 경우 기업은 통상이 외교 협상의 카드 중 하나로 전락할까 우려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대학교 통상관련 학과의 C교수는 "최근엔 국제 통상의 무게중심이 공급망 문제, 탄소중립 등 산업통상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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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기업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부처의 특성상 산업부가 통상 업무에서 중립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반대 의견도 있다. 성극제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산업부는 자기 업무 분야에 있는 산업을 옹호할 수밖에 없어 국제 협상에서 수세적으로 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대기업의 임원인 D씨는 "외교부에선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게 중립적인 시각으로 통상을 꾸려가겠다고 하는데, 이는 다르게 말하면 '산업계가 뭐라고 하든 제 갈길만 가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면서 "통상이라는 전쟁터에서 심판 역할을 할 게 아니라면 '중립'을 지켜 국익을 얻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USTR(미국 무역대표부)처럼 통상교섭조직을 전담하는 독립기구를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직속으로 만들거나 부총리급 부처인 기획재정부 등 제3의 조직에 두는 등의 방안도 거론된다.
한 수출 대기업의 E 임원은 "통상 업무를 외교부에 두느냐, 산업부에 두느냐는 문제는 일반 국민들은 별 관심이 없는 공무원들의 밥그릇 싸움"이라며 "탁상공론을 하는 대신 가장 밀접한 이해관계자인 기업들의 의견부터 묻는 게 첫번째"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