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尹정부 '통상'의 운명④

정부 통상조직의 변천사는 대한민국의 70년 발전사와 궤를 같이 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한국이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우뚝서기까지 수출과 수입 등 국제교역을 총괄하는 통상조직은 성장의 단계마다 여러 정부기능과 물리적, 화학적 결합을 거듭하며 역량을 키워왔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연간 수출액은 6000억달러(약732조원)를 사상 처음으로 넘어섰다. 수입과 수출을 망라한 무역액도 역대 최대인 1조2600억달러(1537조원)으로 세계 8위의 성적표를 받았다. 코로나19(COVID-19) 펜데믹에 더해 무역갈등, 공급망 재편 등 급변하는 국제 통상환경 속에서 거둔 성과 이면엔 반도체, 자동차 등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한 국내 산업과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할 정부의 통상역량이 성공적으로 융합한 덕분이다.

무역진흥?통상협력 등 핵심 통상기능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출범 이래 다양한 부처에서 담당해 왔다. 광복과 한국전쟁 이후 경제기반이 사실상 전무했던 한국의 최대 현안은 해외로부터 차관을 받는 것이었다. 때문에 당시 통상기능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전문분야도 없던 터라 통상기능은 상공부와 외무부, 경제기획원 등에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그나마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신인 상공부가 통상진흥국, 통상협력국 등의 조직을 갖추고 통상의 핵심기능이라 할 수 있는 무역진흥, 통상협력 업부를 수행했다.
그러다 전 세계적으로 통상이 외교무대의 전면에 나서게 된 계기가 1990년대 초반 128개국이 참여한 역대 최고 규모의 통상교섭인 '우루과이 라운드'다.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을 끌어낸 우루과이 라운드의 초반 협상과 최종 타결의 실무를 이끈 것은 상공부다.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은 △1차 각료회의(1986년9월) △2차 각료회의(1990년12월) △최종 각료회의(1994년4월) 모두 외무부가 아닌 상공부 장관이 협정문에 서명했다. 산업부 출신 관료들이 "산업부가 다자통상의 적자"라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김영삼 정부는 이렇듯 국제경제가 빠르게 다자무역체제로 전환하자 상공부를 '통상산업부'로 개편하고 통상 기능을 일원화했다. 이때 통상산업부엔 1실 3국(통상무역실 통상정책국, 통상진흥국, 무역국)이 편제됐다.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통상조직은 또 한번의 도약을 한다. 통상기능이 외교부로 이관되고 통상교섭본부가 설치되며 본격적인 다자, 양자 FTA(자유무역협정)이 추진된다. 외통부 시절 통상교섭본부는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시기 수출 중심의 경제체제 복원과 다자, 양자 통상교섭에 성과를 내며 우리나라의 빠른 회복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된 한미FAT 협상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무역강국으로 도약하게 된 결정적 발판이 됐다.
통상조직은 2000년대 들어 다시 한번 도약의 시기를 맞았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통상기능을 다시 지식경제부로 환원하고 '산업통상자원부'를 신설한 것이다. 이때 통상차관보와 통상교섭실이 새로 생겼다. '산업계 상황을 잘 아는 부처가 통상을 맡아야 한다'는 게 박근혜 정부의 논리였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파동의 원인을 외교부의 무능에 있다고 봤다. 통상 문제를 국익이나 경제적 실리 관점에서 봐야하는데 외교부가 지나치게 정치 또는 외교적 관점으로 접근하다가 문제를 일으켰다는 게 그의 인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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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의 거센 반발에도 통상기능은 다시 산업부로 넘어왔다. 이에 더해 문재인 정부 시절엔 통상교섭본부를 대외 장관급으로 격상하며 또 한번 위상이 높아졌다. 산하에 신통상질서전략실을 신규 설치하고 기존 산업쪽에서 담당하던 무역투자실까지 받으면서 명실상부한 대외 통상장관급 기관으로 커진 것이다.
통상기능이 산업부로 넘어온 2013년 이후 국제 경제환경은 급변기를 맞았다. 세계 최대규모의 다자 FTA로 불리는 REC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의 협상과 타결,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FTA 협상과 타결이 이뤄졌다. RECP의 경우 1차 협상은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이, 2차 이후론 산업부 장관이 수석대표로 나섰다. 한중 FTA 역시 산업부가 키를 잡고 타결까지의 전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2018년 성공적인 한미 FTA 재협상을 주도한 것도 통상교섭본부였다.
한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는 "공급망 핵심산업 육성이나 세계 각국의 기술 규제 강화, EU 탄소국경조정제도 등이 최근 국제통상 환경의 핵심의제"라며 "통상교섭본부의 기능이 보다 강화돼야 하는 것은 물론 국내 산업 전반의 이해관계를 살펴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부처 조직개편보다 더 시급한 화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