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원전 부활의 시험대' 체코를 가다①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남동쪽을 향해 차로 2시간여를 달리면 두코바니에 도착한다. 한 눈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넓디 넓은 푸른 밀밭과 노란 유채꽃밭 뒤편으로 두코바니 원전의 냉각탑 8개가 위용을 자랑한다. 냉각탑 위로 뿜어져 나오는 흰색 수증기가 원전이 한창 가동 중임을 알리고 있다. 녹음으로 둘러싸인 이곳에서 새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업계와 지역 주민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985년 지어진 두코바니 원전은 126만㎡(제곱미터) 규모로 발전소 둘레만 6㎞에 달한다. 현재 500㎿급 원자로 4기가 가동 중인 두코바니 원전은 체코 전체 전력의 20% 가량을 생산한다. 테믈린 지역에 위치한 원전 2기를 더하면 체코 전체 전력 생산량의 절반 남짓을 원자력 발전이 책임지는 셈이다.
체코 정부는 올 3월 두코바니 원전 부지에 최대 1200㎿급 가압경수로(원료로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고 감속재와 냉각재로 물을 사용해 발전하는 방식) 1기를 건설하는 공사를 발주했다. 2045~2047년까지 운전 예정인 구형 원자로를 대체하기 위한 것으로 공사금액이 우리 돈 8조원 규모에 달한다. 체코 정부는 이번에 발주한 신규 원전 프로젝트를 포함해 최대 4기의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 중이다.
녹색과 노란색 풍광을 지나쳐 두코바니 원전에 도착하면 높다란 콘트리트벽 하나 없는 원전 모습이 드러난다. 원자로 등 주요 시설에는 철책 등으로 물리적 경계를 세워뒀지만 이마저도 보는 이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다.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발전 설비를 확인할 수 있는 게 두코바니 원전의 특징이다. 원전에 대한 높은 개방성은 국민 65%가 원전 가동에 찬성할 정도의 '친원전' 국가 체코를 만든 비결 중 하나다.
두코바니 원전을 운영하는 체코전력공사(?EZ)는 2008년 발전소 입구에 홍보관을 지었다. 매년 4만5000명가량이 찾는 이 홍보관에는 취재진이 도착한 지난달 17일에도 현지 학생들이 방문해 원자력 발전 원리와 운영 상황, 사용 후 핵연료 처리 과정 등 안전 설비 등을 둘러보고 있었다.

안내 데스크를 지나 홍보관 안쪽으로 들어서면 두코바니 원전 전체를 촬영한 조감도가 벽에 설치돼 있다. 조감도엔 아직 지어지지 않은 두코바니 5호기까지 담겨 있었다. 단순히 예정지만 표시한 것이 아니라 새로 지어질 원전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렸다. 원전 1기당 냉각탑 2개씩을 지은 구형 원자로와 달리 신규 원전은 큰 냉각탑 한 개로 지어진다.
이리 베즈덱(Ji?? Bezd?k) 체코전력공사 언론담당은 "두코바니 원전은 1985년 가동 이후 35년 넘게 무사고 기록을 이어오고 있다"며 "신규 원전인 5호기는 구형 원자로를 대체하고 체코 전력 생산량의 10% 가량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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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즈덱 담당은 "체코는 공산주의 붕괴 이후 원전에 대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결정했다"며 "두코바니 주민안보위원회는 매일 원전 운영계획을 보고받고 필요하면 언제든 원전에 들어와 운영상황을 점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구축했다는 의미다.
그는 또 "두코바니 원전 지역은 방사선 수치가 시내보다 낮다"며 "원전 주변에 녹지가 있고 희귀 동물, 새가 돌아오는 점은 원자력이 친환경 에너지원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신규 원전 건설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두코바니 원전은 현재 인근 지역 주민 2000여명의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는데, 신규 원전 건설이 시작되면 일자리가 최대 6000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공사가 마무리되면 원전 가동과 유지·보수를 위한 추가 고용을 기대한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체코 상원의원 출신인 비체슬라프 요나쉬(V?t?zslav Jon??) 두코바니 지역협의회 의장은 "신규 원전 건설을 통해 일자리나 세수 등이 지역 주민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갈 것으로 본다"며 "구형과 신형 원전을 모두 가동할 경우 원전 건설 이후에도 전문직 고용이 지금보다 1000명가량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두코바니 원전 수주전은 현재 한국과 미국, 프랑스의 3파전으로 진행 중이다. 입찰 초기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5개 국가 원전 기업이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체코 정부는 안보·정치적 이유로 중국과 러시아를 배제했다. 체코 정부는 올해 11월까지 입찰 서류를 접수하고 2023년 심사를 거쳐 2024년 최종 입찰 대상을 선정할 예정이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체코 정부가 두코바니 신규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한 이래로 꾸준히 소통하며 최적화된 사업제안을 준비해 왔다"며 "신규 원전 계약서에 서명하는 날까지 우리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