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대중예술인 병역특례와 K-컬처의 경제학①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맏형 '진'을 시작으로 군에 입대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몇년 간 지속된 BTS에 대한 병역특례 허용 논란은 끝났다. 하지만 대체복무 등 병역특례 제도를 이번 기회에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대중예술에 적용되지 않는 현 병역특례에 대해 '차별적'이란 비판에도 힘이 실린다.
2018년 한국 가수 최초로 BTS의 정규 3집과 영어 싱글이 미국 빌보드 1위를 차지하면서 병역특례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인기로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인데다 경제적 기여도도 큰 BTS의 지속적인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병역특례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4년여가 흐르는 동안 BTS의 인기와 영향력은 더 막강해졌지만 그들에 대한 병역특례 논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대중예술인의 병역특례'라는 화두를 던진 BTS를 계기로 K(케이)팝 가수 등 대중 문화를 선도하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져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클래식과 국악 등 소위 '순수예술'에 대해서만 병역특례를 규정한 기존 법령이 '시대 착오적'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전세계 대중 음악계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미국 빌보드에서 1위를 달성한 BTS에겐 허용되지 않는 병역특례가, 일반 국민들은 알지 못하는 순수예술 국제대회에선 인정된다는 사실에 '불공정'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73년 제정된 예술체육인에 대한 병역특례도 BTS 논란과 비슷한 사회적 관심에서 비롯됐다. 1971년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콩쿠르에서 우승하고도 병역 문제로 입국하지 않고 10년간 해외를 떠돌자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한국 문화 자원을 뺏기지 말자"는 취지로 예술요원 병역특례 신설을 지시했다. 동시에 체육인에 대해서도 올림픽 등에서의 동기부여를 위해 병역면제를 포함한 특례를 만들었다. BTS 병역 문제가 윤석열 대통령과 국회 등 정치권이 결단해야 할 책무라는데 공감대가 형성되는 이유다.

모종화 전 병무청장도 지난 5월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 국회 토론회에서 "줄어들고 있는 국방인력 차원에서 특례제도의 폐지·축소를 포함한 존속여부까지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면서도 "예술체육인에 대한 특례가 존속할 경우엔 순수예술 분야 기준을 재정립하고 대중예술에 대한 기준을 새로 마련하는 건 '정책적 결단'사항"이란 점을 분명히했다.
예술체육 특례에 해당하는 인원이 연평균 40~50명에 불과하다는 점도 대중예술인에 대한 병역특례 신설이 정책적으로 무리수가 될 수 없다는 근거가 된다. 병역자원이 줄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도 대중예술로 국위를 선양한 이들에 대해 일정 기준을 세워 특례를 적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채지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BTS의 노력을 비교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장르만으로 우월의식을 갖는 건 옛날 사고방식"이라며 "대중예술인에 대해서도 순수예술인과 체육인에 대한 특례를 동등한 논리와 기준으로 적용시키는 게 공정성의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대중문화 업계에서도 한류를 주도하는 K팝과 K영화·드라마의 공로를 인정해야한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경제적 성장에 걸맞는 문화적 성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가수와 배우들에 대해서도 순수예술인에게 적용되는 특례가 적용되는 '형평성'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계량화하기는 어렵지만 현대경제연구원은 BTS가 2014년부터 향후 10년간 창출할 수 있는 경제적 효과가 약 56조원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BTS 외에도 다른 K팝 가수들의 공헌을 고려하면 그들이 국가 경제에 수백조원의 기여를 하고 있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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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등 K팝 가수들이 만들어 가는 한류현상을 제조업 수출과 연계하면 인지도 제고 효과를 극대화해 국내 기업 브랜드 및 제품을 세계에 지속적으로 전파하는데 적극 활용할 수 있단 분석도 나왔다. 여기에 연간 80여만명 수준의 BTS 팬들이 관광객으로 국내에 입국하는 것을 볼 때 연계된 관광 상품으로 외국인의 국내 관광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부분이다.

대중예술의 경우 국제경연대회 수상과 같은 객관적 기준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가수의 경우 빌보드 1위 등으로 기준을 충분히 설정할 수 있고, 배우도 3대 국제영화제 주연상이나 아카데미나 에미상 등 국제적 권위를 인정할 수 있는 수상경력을 법제화 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는 반박도 있다.
국제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 국악 등 국내예술경연대회 1위로 돼 있는 순수예술분야 대체복무 편입요건에 비해 BTS의 음반들이 빌보드 1위에 오른 경우가 결코 뒤지지 않는 '예술적 성과'란 평가다. 최근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관련 토론회에서 최진녕 변호사는 "빌보드는 세계 대중음악의 지표로 대중성과 공신력이 있는 차트로 볼 수 있다"며 "대중가요분야의 경우 공신력 있는 객관적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대체복무에서의 차별취급은 자의적"이라고 꼬집었다.

최 변호사는 대중예술인에 대한 병역특례가 헌법원리에 부합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헌법상 국가의 문화육성의 대상에는 문화 창조의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에서 모든 문화가 포함되는 바, 엘리트문화뿐만 아니라 대중문화도 그 대상으로 해야하고 순수예술분야와 구별해 대중문화를 대체복무제도에서 배제하는 것은 문화영역에서의 기회균등과 차별금지를 선언한 헌법전문과 헌법 제11조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대중문화 업계는 병역특례 이슈가 이번 기회에 긍정적 결과로 종결되길 기대하고 있다.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국장은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특례 이슈가 언급될 때마다 특히 가수들은 온갖 비난을 받았다"며 "정부와 국회는 극소수의 대중문화예술인에게도 병역혜택을 부여할 수 없다고 반대할 게 아니라 형평성과 공정성을 지켜오지 못한 제도 전반을 문제삼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가수들의 국위선양과 문화창달 업적을 재검토하고 제도에 공정을 기하기 위해 대중문화예술인도 대체복무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며 "시대정신에 입각한 공정한 법적용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정부와 국회는 2020년 말 대중문화예술인 입영연기 제도를 만들어 국위 선양 공로로 문화체육장관의 추천을 받으면 만 30세까지 입대를 연기할 수 있도록 '임시 방편'만 만들어놨다. 이젠 정치권의 정책적 결단을 통한 시행령이나 법률 개정이 필요한 시점인 셈이다.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 의뢰로 여론조사한 결과도 '국위선양 대중문화예술인의 대체 복무 전환 동의'에 대해 병역특례 찬성이 60.9%로 반대 의견(34.3%)보다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