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투자계좌에서 지난해 2만1000건이 넘는 주식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호관세 발표와 유예, 정부의 기업 지분 투자 결정 등 시장을 뒤흔든 정책 발표 전후로 거래가 집중되면서 이해충돌 논란이 커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투자계좌에서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건 상호관세 발표와 유예로 시장이 요동쳤던 지난해 4월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2일 백악관에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해방의 날' 상호관세를 발표했고 증시는 급락했다. 그러나 그의 투자계좌는 관세 발표 직후인 3일과 4일 수백개 종목을 사고팔았다.
같은 달 8일엔 애플과 엔비디아, 버크셔해서웨이 등 우량주를 중심으로 327개 종목을 360만달러 이상 매수했다. 매도는 없었다. 공교롭게도 다음 날인 9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은 주식을 사기에 좋은 시기"라고 올렸고, 같은 날 오후 상호관세 유예를 발표했다. 미국 증시는 급반등했다. S&P500지수는 하루 새 9% 이상 급등했다. 애플은 15%, 엔비디아는 19% 각각 치솟았다.
정부의 지분 인수 기업들에 대한 투자도 눈에 띈다. 지난해 8월18일 트럼프 계좌는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을 대거 사들이며 하루 거래 규모가 7500만달러를 넘었다. 같은 날 인텔 주식도 최소 25만달러어치를 매수했는데 며칠 뒤 트럼프 행정부는 인텔 지분 약 10%를 취득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트럼프 계좌는 또 취임 직후부터 희토류 업체 MP머티리얼스 주식을 여러 차례 사들였는데, 미국 정부가 희토류 산업 육성을 위해 MP머티리얼스 지분 15%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뒤 일부를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거래는 이번 주 공개된 900쪽 분량의 2025년 재산공개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의 투자계좌는 지난해 하루 평균 약 420만달러 규모를 거래했으며 하루에 수백 건의 종목을 매매하는 경우도 흔했다.
이번 거래 내역이 공개되면서 대통령직과 개인 자산 운용 간 이해충돌 논란도 커질 조짐이다. 하루 전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벌어들인 돈이 22억달러(약 3조4208억원)를 넘어 전년 대비 3.5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보도됐던 터다. 여기엔 코인, 부동산, 주식 등이 모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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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C는 "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정책 결정 권한을 가진 대통령이 동시에 시장에 막대한 개인 자산을 투자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시장에 가장 큰 개인적 이해관계를 가진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타이달파이낸셜그룹의 댄 와이스코프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WSJ를 통해 "거래 규모는 대부분의 자산관리사가 고객을 위해 하는 거래보다 훨씬 많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 스타일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주식을 거래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는 CNBC 인터뷰에서 "자녀들이 자산을 관리한다"며 "나는 투자하는 사람들과 대화조차 하지 않는다. 지난해 증시가 올라 많은 돈을 벌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의 아들 에릭 트럼프는 X를 통해 "대통령 본인과 가족은 거래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사전 통보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백악관도 "대통령의 모든 자산은 독립적인 제3자 금융기관이 관리하는 투자일임계좌에 예치돼 있으며, 이해 충돌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