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이민청, 피할 수 없는 선택④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모여서 굳이 그 색을 바꾸지 않고도 서로 어울려 멋진 그림을 완성하는 모자이크와 같죠"
캐나다에서 이민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저스틴 심 둥지이민 법무사(대표)는 캐나다의 이민 정책과 문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심 대표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가족들과 캐나다로 이주해 대학교를 졸업한 뒤 이곳에 정착했다. 그는 타향 살이 경험을 공유하다 이민 전문 법무사 자격증을 딴 뒤 현재는 한국인들의 캐나다 정착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심씨가 현재 살고 있는 캐나다는 이민자들의 나라다. "지금은 2015년이니까요." 2015년 11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남녀 동수, 장애인 국가보훈장관, 원주민 법무장관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꾸며진 내각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트뤼도 총리는 이를 두고 캐나다를 닮은 내각이라고 표현했다.
이렇듯 캐나다 다문화주의를 이민자 정책의 근본 철학으로 삼고 전세계 독특한 문화와 공존하고 있다.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측면에서 일명 '모자이크 문화'로 불린다. 캐나다는 1971년 세계 최초로 다문화주의를 공식 선언했다. 이후 이민법과 다문화주의법 등을 제정해 정체성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 문화를 국가 정책으로 지원하고 있다.
심 대표는 머니투데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캐나다 정부의 체계적인 이민 시스템을 모자이크 문화의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캐나다는 현재 저출산으로 고령화에 접어들어 1인당 출생률이 1.47 정도"라며 "한국(0.71)의 두배 정도지만 이 수치로도 노동인구 감소를 걱정하고 있기에 이민자를 적극 유치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우리나라 역시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대한민국 인구절벽이 심화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민청' 설립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법무부 등을 중심으로 설립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아직 정부조직 개편이나 예산 확보 등 실질적 움직임은 더딘 상황이다.
캐나다는 'IRCC(연방이민부·Immigration, Refugees and Citizenship Canada)'에서 이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심 대표는 "신규 이민자와 난민 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여러 산업기관이나 정부부처와 상의해 이민을 국가 주요 정책으로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IRCC라는 이민 정책을 위한 정부 기관이 별도로 설립됨으로써 이민정책이 국가 주요 정책 중 하나가 됐다는 설명이다.
심 대표는 이같은 캐나다의 체계적인 이민정책을 모자이크 문화의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한국도 자격 요건을 충족하면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그 경로가 캐나다에 비해서는 조금 협소해 보인다"며 "이는 이민에 적극적인 정책을 시행 중이냐 아니냐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조만간 연간 이민자 숫자를 기존 40만명에서 50만명으로 목표로 상향조정하는 등 정부와 국민 모두가 이민자 유입에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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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대표는 "기존에는 정책으로 미리 설정해놓은 조건에 맞추어 점수가 기준을 넘으면 이민이 가능했다면 지금은 단순하게 점수만으로 판단하지는 않는다"며 "캐나다의 요구 조건에 적합한 인재를 찾기 위해 기본적인 영어나 불어 능력 등 필수 사항 외에도 IT(정보통신)과 의료, 유아교육 등 인력이 더 필요한 분야는 정책상 점수가 높지 않더라도 영주권을 받을 수 있도록 혜택을 주는 방법을 시행 중이다"라고 했다.
한국에도 이민청이 설립된다면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민을 하나의 독립된 기관에서 맡아 책임 있게 정책을 진행하는 것이 더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민에 대한 요구가 한국 사회에서 앞으로 더 커질 것이기 때문에 정책의 설계부터 시행, 피드백을 받아서 수정하는 것까지 모두 정확하게 담당하는 기관이 있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만 여러 이해관계가 분명 엮일 수 있기 때문에 원활한 소통과 협력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정책 기관의 전문성도 강조했다. 심 대표는 "특히 발 빠르게 세부 정책을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위해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정세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실행력과 적응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며 "캐나다는 이를 위해 이민 정책을 정기적인 교육을 받고 면허를 발행하는 전문가들을 철저하게 국가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심 대표는 외국인들에 대한 한국 사회의 거부감이 풀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심 대표는 "외국인이 들어와 우리 일자리를 뺏는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합법적인 한국인이 늘어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앞으로 인구 문제를 풀어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정책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인식과 사회적 분위기가 더 중요하다. 캐나다도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수없이 이민 정책을 수정해오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장기간 고치면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심 대표의 말처럼 캐나다 역시 처음부터 다름을 인정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1800년대 말부터 금광 개발과 철도 건설 등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캐나다는 노동력 수급을 위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출신 이민자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이후 이민자들을 아무런 기준 없이 추방하며 사회적 분열을 심각하게 겪기도 했다. 그러나 숱한 과정을 거치면서 이민자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택했고 40년 넘게 노력한 결과 모자이크 사회가 됐다.
심 대표는 "이민자가 유입되면 당연히 여러 갈등과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각양각색의 사람들, 익숙하지 않은 생활방식 등 '다름'을 이해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도 이민자를 적극 유입하기 시작하면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좀 더 넓은 마음을 갖고 대해야 한다"며 다른 문화권 사람을 굳이 한국의 문화권과 같은 모습으로 만들려 하지 말고 모두 같이 살아가는데 더 집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