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2023년 경제 전망①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연간 성장률이 2% 아래로 내려갈 경우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본격화한 2020년(-0.7%)을 제외하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0.8%) 이후 첫 사례가 된다. 일각에선 내년 한국 경제가 역성장할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비관론의 근거로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수출 부진,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소비 위축, 불확실성 증대로 인한 투자 축소 등이 꼽힌다. 전문가들은 내년 효율적 재정 지출과 세부담·규제 완화 등을 통해 정부가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1일 머니투데이가 총 10개 주요 기관(국내·외 각 5개)이 최근 제시한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단순 평균한 결과 1.83%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국내 5개 기관만 떼어놓고 살펴보면 한국은행 1.7%, KDI(한국개발연구원) 1.8%, 한국금융연구원 1.7%, 하나금융경영연구소 1.8%, 한국경제연구원 1.9% 등으로 대체로 1%대 후반 성장을 예상했다. 해외 5개 기관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1.8%, IMF(국제통화기금) 2%, ADB(아시아개발은행) 2.3%, 피치 1.9%, 골드만삭스 1.4% 등으로 1%대 초반부터 2%대까지 비교적 전망치 편차가 컸다.
이들 10개 기관과 겹치지 않는 외국계 주요 IB(투자은행)들이 제시한 수치를 보면 전망은 한층 더 우울하다. 2% 성장을 전망한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 외에는 상당수가 1%대 초반을 예상했다. 구체적으로 크레디트스위스와 JP모건은 각각 1.4%, 바클레이즈는 1.3%, UBS가 1.1%를 제시했고 노무라증권은 1.3% 역성장을 예상했다.

국내외 기관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내년 우리나라 경기 둔화의 주요 원인은 세계 경제 둔화, 반도체 경기 부진 등에 따른 수출 위축이다.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 10월 2년 만에 감소(전년동월비 -5.7%)를 기록한 후 11월(-14%)에도 감소세를 이어갔는데 이런 흐름이 내년에도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상수지 전망을 공개한 6개 기관(한은·KDI·한국금융연구원·하나금융경영연구소·한국경제연구원)의 내년 경상수지 흑자 규모 전망치를 단순평균으로 계산하면 242억2000만달러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883억달러)보다는 크게 낮고 올해(250억달러, 한은 전망 기준)와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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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내년 주요국 기준금리 인상 종료, 반도체 경기 회복 등이 예상돼 하반기로 가면서 우리 수출도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주요 기관들이 내년 한국경제가 대체로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관별 상반기 및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는 △KDI 1.4%, 2.1% △한은 1.3%, 2.1% △한국경제연구원 1.5%, 2.3% 등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등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내년 초쯤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이런 영향이 반영돼 하반기부터 우리나라 경기가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 우리 수출도 상반기 감소(전년동기대비 총수출 물량 -0.1%)에서 하반기 증가(3.2%)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내년 우리나라 내수 위축도 우려하고 있다.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 영향으로 대면·비대면 소비가 전반적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확대, 고물가에 따른 실질임금 감소 등으로 내년 소비 증가율은 올해보다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내년에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물가상승률은 소비를 제약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국내외 10개 기관 가운데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제시한 6곳(한은·KDI·한국금융연구원·하나금융경영연구소·한국경제연구원·OECD)의 물가상승률 전망치 단순평균은 3.44%에 달한다. 5%대로 예상되는 올해 물가상승률보다는 낮지만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 2%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우리 기업의 설비투자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경제동향과 전망 : 2022~2023년'에서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금리 인상으로 인한 자본조달 비용 부담까지 가중되며 내년 설비투자는 전년동기대비 1%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내년 취업자 수는 경기 둔화, 올해 기저효과 등 영향으로 증가폭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KDI는 전년동기대비 취업자 수 증가폭이 올해 79만명에서 내년 8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같은 기간 취업자 수 증가폭이 82만명에서 9만명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도 내년 경기 둔화 심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종전의 성장률 전망치(2.5%)를 1%대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수정된 내년 경제전망과 더불어 △거시경제 안정 △민생경제 회복 △경제 재도약 방안 등을 포함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재정 지출에 제한이 있긴 하겠지만 꼭 필요한 곳에는 써야 한다"며 "일례로 글로벌 공급망 확충 등에는 정부가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코로나 사태 때 빚을 내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돕거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괜찮은 기업이 흑자 도산하는 일이 없도록 지원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금, 규제 등 민간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정책을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