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전담 기관 설치 문제를 두고 정부와 국회의 의견이 엇갈려 입법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방사성폐기물 전담기관으로 한국원자력환경공단(환경공단)이 설립돼 있지만 '고준위' 방폐물 처리를 위한 별도 기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때문이다. 또 관리 시설 확보, 반출 시점 등을 두고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표류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국회와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등에 관한 특별법'과 관련 △전담기관 △관리시설 확보 및 이전 시점 △원전 내 저장시설 용량 등의 쟁점 사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김영식·이인선 국민의힘 의원과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오는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에서 관련 법안을 병합해 논의를 진행한다.
관리주체를 비롯해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과 원전 내 반출 시점 등에 대한 법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 건립부터 지장을 받는다. 원전 인근 주민은 임시저장시설의 시급성과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정부가 영구처분시설 건설 절차에도 돌입하지 못한 상태에서 임시저장시설만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최악의 경우 결국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지 못해 원전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다.
우선 고준위방폐물 처리 전담기관에 대한 국회와 정부의 합의가 필요하다. '김성환 안'과 '이인선 안'은 고준위방폐물 관리사업자로 환경공단을 지정하고 있다. '김영식 안'은 대통령령에서 별도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비롯해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2008년 3월 방사성폐기물관리법이 제정·공포됐다. 이후 2009년 1월 방사성폐기물 전담기관으로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설립됐다.
환경공단은 2005년 중저준 위방폐장 부지선정 이래 2014년 말 중저준위 동굴처분시설 준공과 2015년 방폐물 최초 처분을 통해 방폐물 안전관리 역량을 확보했다. 지난해 7월에는 2단계 표층처분시설 본공사 인허가 취득 및 2024년 운영, 방폐물 핵종분석을 위한 방폐물분석센터의 2025년 준공을 앞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관리 기관이 존재하는데 전담 기관 선정부터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게 아쉽다"며 "특별법에서 관리 주체를 확정해야 해당 기관에서 발빠르게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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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시설 확보 및 사용후핵연료 이전 시점에도 합의가 필요하다. '김영식 안'에는 2043년부터 원전 내 사용후 핵연료 반출을 목표로 2050년 처분시설을 확보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른 의원 안은 관리시설 확보 시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반출 등으로 시점이 구체적이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련 부처는 하위법령에서 구체화하기로 합의하고 국회와 조율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법령에 구체적 시기를 적시하면 사업 추진 속도 등에 탄력을 받는 건 사실이나 현실적 가능성을 이유로 반대의견도 존재하는 만큼 특별법 통과 이후에 논의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원전 내 저장시설 저장용량도 주요 이슈다. 원전 설계수명 기간 동안의 발생량과 계속운전을 포함한 운영기간 동안 발생량으로 정한다는 의견이 맞물려있다. 정부는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운영허가를 받은 기간동안의 발생량으로 특별법을 제정하고자 한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기술 개발과 관련해서는 '김영식 안'은 '고준위 방폐물 관리위에서 처리기술을 추진(강행)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정부 내부 의견은 '정부에서 부피·독성 저감기술을 추진 가능(재량)하다' 정도다.
사용후핵연료 폐기 결정 절차를 두고도 '김성환 안'은 '고준위 방폐물 관리위가 폐기를 결정한다'고 명시돼 있으나 정부 내부 의견은 원안법과 원자력진흥법 개정안 논의시 검토한다'며 신중한 편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사용후핵연료 처분 시설이 필요하다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높아진 상황에서 국회와 정부가 속도감 있는 추진을 목표로 한 뜻이 돼야 한다"며 "정부도 국회 설득 과정을 거쳐 후퇴한 법안 통과보다는 내실있는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