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외국인력 도입과 고용허가제

[기고]외국인력 도입과 고용허가제

박영범 한성대학교 명예교수(경제학)
2023.06.26 05:45
박영범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박영범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우리나라의 저숙련 외국인력 도입체계는 고용허가제(E-9)와 방문취업제(H-2)의 두 축으로 운영되고 있다. 외국 국적 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방문취업제도는 사업장 이동이 자유로운 노동허가제와 유사하다. 방역 문제 등으로 코로나19 기간 동안 고용허가제로 도입되는 외국 인력이 크게 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농촌지역, 중·소 제조업에서 인력난이 더욱 심화되었던 것은 동포 근로자 상당수가 중국 등 자기 나라로 돌아가 방문취업 체류자격자의 국내 체류가 2019년 22만6000명에서 2021년 10만6000명으로 급감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불법체류 외국인이 40만 명이 넘는 등 부실한 외국인 출입국 및 체류관리가 고용허가제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다. 불법체류자 중 고용허가제 체류자격자는 13%(2021년 기준 5만1000명)에 불과하다. 사증면제, 단기방문 및 관광통과의 비중이 66%이다. 급여가 높은 불법체류 노동시장에의 유혹으로 고용허가제 입국 외국인의 이탈이 많아지고 있다.

2004년 8월 도입돼 지난 20년간 중소기업, 3D업종의 만성적인 인력난 완화에 기여한 고용허가제는 송출비리 방지를 위한 투명성 제고 측면에서 ILO, OECD 등에서 다른 회원국에 벤치마킹을 권고하는 공공부문이 주도하는 외국인력 도입제도이다. 2023년 세계은행의 보고서대로 '이주노동자들의 합법적인 근로기반을 마련하고 취업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했다고 국제사회에서 높이 평가받는 제도다.

코로나19 종식에 따른 경기 회복에 맞춰 정부는 지난해 배정된 인원의 두 배 가까운 11만 명의 외국인력을 고용허가제로 올해 도입하기로 했다. 조선업종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고용허가제 체류자격에 매년 5000명 규모로 조선업 전용 쿼터가 신설돼 올해부터 2025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또한 특정활동(E-7) 체류자격의 도장공과 용접공 쿼터를 없앴고, 용접공뿐 아니라 도장공과 선박 전기원(전기공)도 송출국 현지에서 기량검증을 하는 것으로 자격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농어촌 지역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2015년 도입된 계절근로자 외국인의 체류기간이 기존 5개월에서 8개월로 연장됐다.

법무부는 지난해 인구 소멸지역의 인구감소 대책의 하나로 '지역특화형비자제도'를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동포가 아닌 외국인 가사도우미도 시범사업 프로그램이지만 올해 도입될 전망이다. 중·소 제조업, 농어촌 지역 등이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림에도 불구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고용허가제로 대표되는 (저숙련) 외국인력 도입제도에 대한 비판과 함께 개편의 목소리가 높으나 큰 밑그림이 없이 새로운 외국인력 도입제도가 만들어지고 외국인력이 도입되는 것은 문제다. 무엇보다도 E-9, H-2 체류자격 외에도 취업 활동이 가능한 F-4 체류자격 재외동포, 유학생, 결혼 이민자 등을 고려해 제도가 설계되고 저숙련 외국인력이 도입돼야 한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해 장기체류한 숙련 외국인력의 활용을 위한 제도 개선이 추진되고 있으나 근원적인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송출비리 근절을 위한 공공부문이 주도하는 제도의 속성상 발생하는 고용주와 근로자의 미스매치(mismatch) 해소는 향후 고용허가제의 과제다. 그러나 외국인 노조 등 노동계가 주장하는 고용허가제로 도입된 외국 인력의 사업장 이동 제한 완화는 신중해야 한다. 농촌 등 비수도권 지역의 인력난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우리나라의 산업연수생제도와 유사한 기능실습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은 기능실습생의 사업장 이동을 3년간 원칙적으로 불허하고 있다. 대만도 저숙련 외국인력의 사업장 이동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허용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고용허가제로 도입된 외국 인력의 상당수가 1년 안에 사업장을 이동하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사업주가 이를 허용할 수밖에 없는 태업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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