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록원 보관 서가 줄세우면 330㎞…
기록물 디지털화·공유 절실

지난 26일 경기 성남에 자리잡고 있는 나라기록관에 들어서자 연구관들이 곰팡이가 피고 갈라진 종이들을 조심스레 한장씩 넘겨보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섬유를 분석하고 종이의 두께를 조사하는 등 훼손·멸실된 기록물들을 복원하기 위해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런 세심한 작업을 통해 지난 16년간 국가기록원은 72개 기관, 8632매의 중요 기록물의 복원·복제 처리를 지원했다.
현재 국가기록원에 보존 중인 기록물은 총 740만철, 약 1억1960여만건에 달한다. 나라기록관을 비롯해 부산광역시 역사기록관, 대전광역시 행정기록관·대전청사서고 등 총 4개의 보존시설엔 130개의 서고가 있고, 이곳에 있는 모든 서가(문서나 책을 얹거나 꽂도록 만든 선반)를 줄세우면 길이가 330㎞에 이른다. 소장 규모를 보면 국립중앙박물관과 비교했을 땐 2배, 국립중앙도서관보단 약 3배 큰 규모다.
국가기록원은 공공분야 기록물 관리뿐만 아니라 복원·보존 능력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소장량뿐만 아니라 풍부한 기록물 복원 경험과 인력·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파키스탄의 요청으로 지난해 약 9개월간 180페이지 정도의 코란 필사본을 복원하기도 했다. 복원된 코란은 근대와 전통 사이에서 이슬람 공동체가 어떻게 변화하고 또 정체성을 유지했는지 보여주는 기록물로 파키스탄에 몇 안 남은 필사본이었다. 그만큼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의 기록물 복원 능력이 인정받고 있단 방증이다.
국내에선 대표적으로 매년 조선왕조실록 중 한 왕조의 실록을 2건씩 복제하고 있다. 또 3.1독립선언서와 안중근 단지 혈서 엽서, 한글학회 국어문법원고 등 다양한 국가 중요기록물 복원·복제 처리도 지원했다. 여기에 세월호 당시 수장된 기록물들과 2022년 태풍 힌남노로 침수된 기록물 복원도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국가기록원은 기록물 복원·복제 외에도 대한민국이 보유한 국가기록물을 통합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도 나섰다. 정부 각 기관은 기록물 보존 기간이 끝나면 자체기록관이나 국가기록관으로 자료를 이관하게 돼 있다. 이에 물리적 이관이 필요한 현재 시스템을 클라우드를 통해 2026년까지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단게 국가기록원의 계획이다.
국가기록원은 이를 위해 27년에 걸쳐 보유한 740만철의 기록물 중 약 120만철 정도를 디지털화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하기 위해선 디지털화가 필수적이지만 목표했던 240만철 중 절반 정도만 완료한 것이다.
이날 이용철 국가기록원장은 보유 기록물의 디지털화와 함께 각 기관이 가진 기록물 공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국가기록원에 이관하는게 아니라 공유·접근을 통해 국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며 "기록물 디지털화는 물론 국사편찬위원회나 독립기념관 등 역사관련 기관들이 가진 기록물의 공유 체계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