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란 복원 좀" 다른 나라도 한국에 SOS…기록물 '생명' 되찾는 이곳[르포]

"코란 복원 좀" 다른 나라도 한국에 SOS…기록물 '생명' 되찾는 이곳[르포]

성남(경기)=김온유 기자
2024.11.27 12:00

국가기록원 보관 서가 줄세우면 330㎞…
기록물 디지털화·공유 절실

지난 27일 방문한 경기 성남에 위치한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 연구관들이 기록물 복원·복제 작업을 진행중이다./사진=김온유 기자
지난 27일 방문한 경기 성남에 위치한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 연구관들이 기록물 복원·복제 작업을 진행중이다./사진=김온유 기자

지난 26일 경기 성남에 자리잡고 있는 나라기록관에 들어서자 연구관들이 곰팡이가 피고 갈라진 종이들을 조심스레 한장씩 넘겨보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섬유를 분석하고 종이의 두께를 조사하는 등 훼손·멸실된 기록물들을 복원하기 위해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런 세심한 작업을 통해 지난 16년간 국가기록원은 72개 기관, 8632매의 중요 기록물의 복원·복제 처리를 지원했다.

현재 국가기록원에 보존 중인 기록물은 총 740만철, 약 1억1960여만건에 달한다. 나라기록관을 비롯해 부산광역시 역사기록관, 대전광역시 행정기록관·대전청사서고 등 총 4개의 보존시설엔 130개의 서고가 있고, 이곳에 있는 모든 서가(문서나 책을 얹거나 꽂도록 만든 선반)를 줄세우면 길이가 330㎞에 이른다. 소장 규모를 보면 국립중앙박물관과 비교했을 땐 2배, 국립중앙도서관보단 약 3배 큰 규모다.

국가기록원은 공공분야 기록물 관리뿐만 아니라 복원·보존 능력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소장량뿐만 아니라 풍부한 기록물 복원 경험과 인력·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파키스탄의 요청으로 지난해 약 9개월간 180페이지 정도의 코란 필사본을 복원하기도 했다. 복원된 코란은 근대와 전통 사이에서 이슬람 공동체가 어떻게 변화하고 또 정체성을 유지했는지 보여주는 기록물로 파키스탄에 몇 안 남은 필사본이었다. 그만큼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의 기록물 복원 능력이 인정받고 있단 방증이다.

국내에선 대표적으로 매년 조선왕조실록 중 한 왕조의 실록을 2건씩 복제하고 있다. 또 3.1독립선언서와 안중근 단지 혈서 엽서, 한글학회 국어문법원고 등 다양한 국가 중요기록물 복원·복제 처리도 지원했다. 여기에 세월호 당시 수장된 기록물들과 2022년 태풍 힌남노로 침수된 기록물 복원도 진행 중이다.

국가기록원이 직접 복제한 세종실록./사진=김온유 기자
국가기록원이 직접 복제한 세종실록./사진=김온유 기자

이와 관련해 국가기록원은 기록물 복원·복제 외에도 대한민국이 보유한 국가기록물을 통합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도 나섰다. 정부 각 기관은 기록물 보존 기간이 끝나면 자체기록관이나 국가기록관으로 자료를 이관하게 돼 있다. 이에 물리적 이관이 필요한 현재 시스템을 클라우드를 통해 2026년까지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단게 국가기록원의 계획이다.

국가기록원은 이를 위해 27년에 걸쳐 보유한 740만철의 기록물 중 약 120만철 정도를 디지털화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하기 위해선 디지털화가 필수적이지만 목표했던 240만철 중 절반 정도만 완료한 것이다.

이날 이용철 국가기록원장은 보유 기록물의 디지털화와 함께 각 기관이 가진 기록물 공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국가기록원에 이관하는게 아니라 공유·접근을 통해 국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며 "기록물 디지털화는 물론 국사편찬위원회나 독립기념관 등 역사관련 기관들이 가진 기록물의 공유 체계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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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온유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김온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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