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가축분뇨, 거름을 넘어 에너지로 재탄생

[기고]가축분뇨, 거름을 넘어 에너지로 재탄생

이병화 환경부 차관
2024.12.27 05:17

예로부터 가축분뇨는 '땅의 밥'이라 불리며 거름으로 여겨졌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토양에 양분을 공급하는 똥을 황금같이 여겼다. 소똥을 훔쳐 가지 못하게 밤새 외양간을 지키거나, 개똥을 줍기 위해 이른 아침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똥 쟁탈전'이 일어날 정도로 가축분뇨는 중요한 자원이었다.

하지만, 현대의 변화된 환경 속에서 가축분뇨는 불편한 존재가 됐다. 육류 소비 증가로 가축 사육 수는 늘어났지만, 농지는 줄어들어 퇴비가 남아돌았고 쌓인 퇴비에서는 오염물이 흘러나왔다. 환경부는 방치된 퇴비를 수거하는 정책을 펼쳐왔지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가축분뇨를 '퇴비'가 아닌 '에너지'로 바라보면 어떨까?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가축분뇨를 다시 환영받는 존재로 되살릴 수 있다. 가축분뇨에 포함된 풍부한 탄소는 연료로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지금, 가축분뇨를 연료화한다면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출 뿐 아니라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도 줄일 수 있다. 이로써 가축분뇨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자립 측면에서 '귀한 자원'이 될 수 있다.

환경부는 올해 가축분뇨의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했다. 고품질 연료생산을 위해 가축분뇨에 톱밥과 농업부산물을 혼합할 수 있는 특례를 허용했고, 이를 통해 품질기준을 충족하는 연료가 생산됐으며 발전소 시험 연소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가축분뇨의 연료화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각계각층이 힘을 더해줘야 한다. 민간은 기술개발로 연료 품질을 높이고, 정부는 제도를 마련하고, 발전소는 생산된 연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축산농가 역시 질 높은 원료를 제공하기 위해 축분 관리에 힘써야 한다.

올해 체결된 '가축분 고체연료 활용 활성화 업무협약'은 가축분 연료화에 있어 중요한 출발점이 됐다.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의 협력 의지에 농협과 남부발전이 함께해 연료화를 위한 기술개발과 제도 정비, 연료 활용 등 각 계의 노력을 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2024년은 가축분뇨가 처리의 대상에서 에너지 자원으로 탈바꿈하는 첫걸음을 뗀 해로 기억될 것이다.

과거 농식품부와 환경부는 가축분뇨에 대한 시각이 달랐다. 농식품부는 축산업 발전과 가축분뇨 처리의 경제성에 초점을 맞췄지만, 환경부는 가축분뇨로 인한 환경오염을 우려했다. 두 부처가 가축분뇨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꿀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바로 '협업'이었다. 서로의 생각과 입장을 존중하고 각자의 영역에서 힘을 모은 '협업'이 있었기에 가축분뇨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었으며, 각 부처의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가축분뇨의 가치상승'을 이뤄낼 수 있었다.

앞으로도 가축을 기르는 사람, 환경을 지키는 사람, 에너지를 공급하는 사람들이 지금의 성과를 발판 삼아 보다 협력함으로써 가축분뇨를 더 소중한 자원으로 발전시켜 나가길 기대해 본다.

이병화 환경부 차관
이병화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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