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 간 관세 전쟁이 해운산업으로 확대되면서 우리나라 조선·해운업계가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해운 규제가 자국 조선업 진흥에 있는 만큼 우리나라의 관세 협상 카드로 조선업 협력이 적극 활용될 것이란 전망이다.
2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으로 입항하는 중국 선사 및 중국 소유의 선박에 순톤수 당 50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규제안을 발표했다. 해당 조치는 오는 10월14일부터 시행되며 매년 30달러씩 요금이 상승해 2028년4월부터는 순톤수 당 140달러의 요금이 부과된다.
비중국 외항사가 중국산 선박을 운항하는 경우에는 순톤수 당 18달러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 역시 매년 5달러씩 증가해 2028년에는 33달러로 인상된다. 미국 외에서 만들어진 자동차운반선(PCTC)이 미국으로 입항할 때는 차량 1대당 150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USTR은 지난 1년간의 조사 끝에 중국 정부의 조선·해운산업 지원 정책이 미국의 상업 경쟁력을 저해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중국의 조선·해운산업 견제를 통해 글로벌 교역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궁극적으로는 미국 내 조선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도다.
미국의 조치는 지난 2월 공개된 초안보다는 다소 완화했지만 중국에 대한 견제라는 의도만큼은 보다 명확해졌다. 당초 미국은 중국산 선박 보유 비율과 중국 조선소에 발주된 선박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매길 계획이었으나 실제론 이행되지 않았다. 부과 기준도 개별 항구 입항마다 부과하는 것에서 항차별로 1회씩, 연간 최대 5회만 부과하는 것으로 완화했다.
결과적으로 중국 선사나 중국산 선박을 운항하는 선사들은 미국의 규제를 받게 된다. 중국외 선사들은 중국산 선박의 배치를 조정하는 것으로 규제를 피할 수 있지만 중국 선사들은 고르란히 비용 부담으로 다가온다. 중국외 선사 역시 용선 계약을 맺거나 새로운 선박을 발주할 때 중국산은 가급적 피할 수밖에 없다.
다올투자증권에 따르면 2028년 기준 선박별 1항차당 예상 수수료는 △수에즈막스(수에즈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크기 선박) 탱커 180만달러 △원유운반선(VLCC) 360만달러 △1만3000TEU(1TEU=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330만달러다. 이는 해당 선박 1년 용선료의 각각 17%, 20%, 13%에 해당하는데 최대로 수수료를 부담(1년에 5회)할 경우 1년 용선료의 65~100%에 달하는 비용이 추가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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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2028년에 인도될 중국산 선박들이 미국에 입항할 경우 상당한 서비스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한국 조선업에 호재"라고 설명했다.
조선업뿐 아니라 해운업 역시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장 주목할 부분은 중국 국적의 선사·선주에 대한 입항수수료가 그대로 부과됨에 따라 비중국 선사 대비 상대적인 패널티가 더 커졌다는 것"이라며 "보복 관세 등 미중 갈등이 심화될수록 중국선사들의 경쟁력은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자국에서 생산한 선박의 교역 비중을 높이겠다는 의도인데 이를 위해선 조선업 생태계의 재건이 필요하다. 조선업은 기술력뿐 아니라 국방 등 안보와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우리나라와 조선업 협력이 유리한 카드로 작용할 수 있는 이유다.
통상협의를 위해 오는 23일 미국으로 떠나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조선업 협력을 지렛대 삼아 협의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안 장관은 지난 20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정부 차원에서 중장기적으로 한미 양국의 조선업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고 있다"며 "이번에 미국에 가서 그런 것들을 구체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